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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데이는 문 닫는 날"…배달 앱에 우는 동네식당

<앵커>

배달음식 참 많이 시켜 드시죠.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앱 시장규모가 5년 새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음식점들은 수익이 더 나빠져서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그런지 안서현 기자가 동네 식당들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배달 음식을 염두에 두고 작은 분식점을 열었던 김 모 씨는 1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김 모 씨/자영업자 : (한 달에) 100~200만 원 가져갈 바에는 굳이 가게에서 씻지도 못하고 하루에 10~12시간 일을 해가면서 벌어봤자 그 정도밖에 못 벌면….]

배달 앱 업체로 나가는 비용이 불어난 게 문제였습니다.

주변에 잇따라 생긴 배달 전문 식당들과 경쟁하면서 음식값의 3~6%까지 떼는 수수료에 주문을 늘리기 위해 광고비로 매달 70만 원이 더 들어갔습니다.

[(울트라콜 광고) 8개를 하고 있어요. 수익은 없는데 매출 올려보겠다고 깃발(광고) 또 올리면, 광고료 더 나가버리면 (제가) 더 가져가는 돈이 없으니까.]

'배달의 민족' 앱의 경우 월 8만 8천 원을 내면 식당의 주소지 주변 소비자에게 광고 노출을 늘려줍니다.

돈을 더 내면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보니, 실제 주소 말고도 다른 주소를 여러 곳 지정해 등록하면 손님들에겐 거짓 위치를 등록한 가게들이 제일 가까운 곳으로 노출됩니다.

자본력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이 절대 유리한 구조입니다.

[A 씨/자영업자 : 기본 100개 이상이에요. 강남은 무조건 100개 이상 무조건 (광고) 해야 해요. 그래야 장사가 되고.]

돈이 없는 주변 소형 음식점들은 상대적으로 노출 기회가 떨어져 배달 손님을 뺏기게 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광고를 더 구매하면 수익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시장을 장악한 배달 앱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벌이는 이른바 '치킨데이', '피자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도 영세 식당들엔 공포의 날입니다.

이런 날은 아예 문을 닫는다는 게 동네 치킨집과 피자가게들의 하소연입니다.

[B 씨/자영업자 : 그날은 어차피 (배달) 주문이 안 오니까 (동네 음식점들이) 아예 그냥 문 닫고 쉬세요.]

[C 씨/자영업자 : 아시는 분들끼리는 그 이벤트(할인행사) 정보를 공유해요.]

최근 조사에선 배달 수요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식당이 20%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성훈/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배달 앱도 어떻게 보면 공공재와 같아요. 자영업자에 군림하기보다는 자영업자와 함께 갈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업계가 제안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배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며 새 활로를 찾고 있는 외식업계지만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의 해법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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