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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13번째 발사…본질은 '北 고체연료 발사체'의 급성장

11월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사격 장면
북한이 지난달 28일 쏜 초대형 방사포를 두고 지금도 뒷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탄과 두 번째 탄의 발사 간격이 30초로 대폭 단축됐다는데 이동식수직발사대 즉 TEL을 2개 사용한, 일종의 속임수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초대형 방사포를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우리 매체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는 TEL 2대를 세워서 30초 간격으로 각각 1발씩 쐈지만 TEL 1대로 2발을 연속사격한 것처럼 속여서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 사진을 보면 TEL 2대를 동원한 정황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30초 연속사격에 성공했다고 자랑했고 완전한 4발 연속사격이 목표입니다. 한미는 초대형 방사포의 완전한 연속사격 즉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아베 총리가 28일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한 게 일본 정보능력의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은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초대형 방사포는 비행속도, 고도, 비행거리 등 비행 특성이 방사포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탄도미사일로 규정해도 무방한,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경계선에 있는 발사체입니다. 국방부 정보본부도 10월 31일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를 탄도미사일이라고 불렀습니다.

발사체의 이름과 의혹 찾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서 한미의 상황관리를 위한 방치를 틈타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발사를 마음껏 했고 일부 발사체는 실전배치 단계에 올려놨습니다. 고체연료 단거리 발사체들은 한미가 미처 정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신무기입니다. 요격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북한도 쏘지만 우리도 미사일 시험하고 있다"는 논리로 북한 도발에 따른 파장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장난으로 순간의 난처함을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은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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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북한 초대형 방사포에서 첫 번째 탄에 이어 두 번째 탄이 발사되고 있다.
● 북한 '고체연료 추진방식 단거리 발사체' 능력의 급진전

북한은 지난 5월 4일부터 11월 28일까지 각종 발사체를 13번 쐈습니다. 한미가 KN-23으로 명명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4번, 대구경 조종 방사포는 2번,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테킴스 2번, 초대형 방사포 4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이 1번입니다. 모두 고체연료 추진방식입니다. SLBM만 중거리 이상의 사거리로 추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단거리 발사체입니다.

북한의 기존 주력 발사체는 액체연료 추진방식이었습니다. 액체연료는 로켓의 추력, 속도를 높이는 데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한마디로 힘이 좋습니다. 북한 중장거리 화성 계열 미사일들도 액체연료를 씁니다. 하지만 로켓 안에 액체연료를 오래 넣어두면 연료탱크가 산화합니다. 연료를 주입하면 머잖아 쏴야 합니다. 상대편에게 들키기 십상입니다.

반면 고체연료는 로켓 안에 오래도록 넣어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체연료 발사체는 연료를 채운 상태에서 여기저기 숨겨놓았다가 결심만 서면 즉시 발사가 가능합니다. 상대편에게 대응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고체연료 추진방식 미사일은 사거리 200km 미만의 KN-02 독사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집중적인 시험발사를 통해 사거리 400km 안팎 고체연료 발사체들의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올해 쏜 단거리 발사체들은 정점고도가 낮은 편입니다. 순식간에 발사하는 고체연료 발사체여서 선제타격이 어려운 데다, 낮게 날아다니니 요격을 위한 탐지와 추적도 쉽지 않은 겁니다. 최대 사거리 300km 이상 고체연료 추진방식 발사체 두어 종류만 실전배치돼도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 방어체계와 대화력전의 작전계획을 새롭게 짜야할 판입니다.

올해 13번 시험발사한 발사체 가운데 KN-23과 에이테킴스는 정확도와 사거리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한미의 적투적합 판정 기준에는 못미치지만 북한이 당장 실전배치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에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N-23과 에이테킴스도 이론적으로는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 능력은 아직 의문입니다.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 등 북한 신형 방사포는 아직 연속사격 능력과 정확도가 확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한미가 크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북한은 몇 차례 더 시험발사해서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대 사거리가 50km 안팎인 북한의 기존 방사포들은 최전방에 배치돼 자주포, 다연장로켓, 전술지대지미사일 등 한미의 대화력전 전력과 맞붙어야 하는데 신형 방사포들은 다릅니다. 완전한 성능이 나오면 한미 대화력전 전력의 사거리 밖인 북한 후방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을 '강철비'로 때릴 수 있습니다. 신형 방사포에 대한 대책은 현재 한미의 작전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도 쏘지만 우리도 쏜다?

북한이 꾸준히 발사체를 쏴대자 정부와 여당에서 뜻밖의 논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우리 군도 발사체 시험을 많이 하고 있다"입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장관, 여당의 여러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북한도 쏘지만 우리도 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어떤 의원은 우리 군의 구체적인 시험발사 횟수까지 공개했습니다.

우리도 미사일 개발을 하고 있을 테고 그렇다면 당연히 시험발사도 해야 합니다. 주로 충남 해안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이뤄집니다. 군에서 하는 일이 대부분 비밀이지만 안흥시험장에서 하는 일은 극비 중의 극비입니다. 국가의 안보 책임자들, 그리고 안보 전문가인 척하는 여당 의원들이 그런 비밀을 북한과 견주어 공개한 겁니다.

북한은 안흥시험장 무기 개발을 탓한 적 없습니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알아도 첩보망이 무너질까봐 입 다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북한이 몰래 개발하는 무기의 경우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습니다. 예의 주시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할 뿐입니다. 남북 비밀 무기의 세계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올해 13번 쏜 발사체는 비밀 무기가 아닙니다. 노골적으로 대남 공격용이라고 선전하며 발사했습니다. 비밀 무기 영역의 안흥시험장과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못됩니다. 남쪽으로서는 참 골치 아픈 무기들입니다. 정부여당은 앞으로 북한 발사체를 말리지는 못할 망정, 두둔하듯 "우리도 쏜다"는 말은 자제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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