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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허술한 법' 파고들어 잇속 챙기는 관세청 전관들…해법은?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퇴직 후 바로 취직한 '관세청 고위직'…드러난 꼼수

<앵커>

관세청에서 높은 자리를 지냈던 사람이 퇴직한 뒤에도 내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서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 어제(26일) 이 시간에 전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런 고위 공직자가 어떻게 퇴직하고 바로 관련 업체에 취직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법에 결정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먼저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형 법무법인 사무실, 이 사무실에는 관세법인도 들어와 있습니다.

관세 사건을 의뢰받으면 두 법인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합니다.

사실상 하나의 법인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 관세법인 관계자 : (같은 회사인 건가요?) 네, 그렇죠. 근데 법률상으로는 나누어져 있고요. 특히 관세 관련 사건은 같이 협업해서 진행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 관세법인에는 관세청 고위직 출신의 이른바 전관 관세사들이 소속돼 있습니다.

이곳뿐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들이 관세법인을 만들고 전관 관세사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관세법인에 들어간 관세청장과 세관장 출신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명이 넘습니다.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전관 관세사를 직접 뽑지 않고 관세법인을 통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 취업에 제한이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업무 관련 업체를 가려면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3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3년이 지나기 전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50억 원 이상의 세무법인은 퇴직 후 곧바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법을 보시면 관세법인이 빠져 있습니다.

퇴직 바로 다음 날 출근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최근 5년간 관세청 퇴직 뒤 관세법인으로 재취업한 공무원을 추적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퇴직자 가운데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막 은퇴한 전관들이 현직 공무원으로부터 얻는 각종 비밀 정보, 현직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 등 이른바 전관 특혜가 사건 수임 활동에 십분 활용됩니다.

특히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만든 관세법인은 일종의 '분 사무소', 새끼 법인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관세 업계 관계자 : 사실 압수수색 정도의 조사대리는 수억 원씩 받아요. 왜냐하면 크니까. 법무법인이나 이런 데는 제일 좋아하는 사건들이 이런 기업 사건들이고, 기업 사건에 있어서 제일 먼저 계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한데.]

이러다 보니 관세 사건을 맡으면서 형사 사건 수임까지 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관세 업계 관계자 : (회사에 관세법인이 갑자기 찾아와서) 압수수색 나온다, 우리 법무법인하고 같이 잘 대응해 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실제로 계약서를 같이 쓰도록 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관세법인 관계자 : 의견서에 Agree 하시면 계약서 송부 드립니다. 관세법인○○, 법무법인○○ 같이 계약합니다]

전관을 활용하는 이런 영업 행위 뒤에는 허술한 공직자윤리법이 있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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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직원 전관 의혹
▶ [끝까지판다②] '관세법인' 포함시키면 문제 해결? 정말 필요한 것은

<앵커>

이 문제 함께 취재한 끝까지 판다 팀 강청완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Q. 관세청 '전관 카르텔' 어떻게 막나?

[강청완 기자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꼼수라고 지적을 한 겁니다.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런 행태를 지적을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관세법인도 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하자, 이런 골자의 개정안을 냈습니다.]

Q. '관세법인' 포함시키면 문제 해결?

[강청완 기자 :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이 관세사 업계와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관세법인이 법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우선 취업 제한 기준이 되는 매출액 규모를 보면 관세법인은 법무나 회계법인에 비해서 굉장히 작습니다. 그래서 취업 제한 적용 대상 자체가 적고요.

또 이제 앞서 보신 것 같은 대형 법인과 연계된 새끼 법인 같은 이런 꼼수를 쓴다고 하면 매출 규모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결국 취업 제한 기관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끼 법인 자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현재 변호사나 회계사에게 적용되고 있는 퇴직 전관에 대한 일정 기간 사건 수임 제한, 아니면 업무 실적 내역서 제출 같은 전관 방지 장치를 관세사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Q. 관세청 안에서 기밀 정보를 흘려준다는 의혹, 해결책 있나

[강청완 기자 : 그렇습니다. 특히 이런 문제가 자체적으로 잘 걸러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최근 5년간 이런 기업 심사나 조사 같은 내부 정보 유출이 자체 감찰에 적발된 사례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더니 5년 동안 딱 1건에 불과했습니다. 저희가 보도해드린 것만 해도 벌써 여러 건이 있는데, 사실상 내부 감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관세청 스스로 처벌을 보다 강화하고 또 내부고발 등 이런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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