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가 없어진다는 건 참 섬뜩한 이야기다. AI 시대 도래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경고가 지겨울 법도 한 요즘이지만, '그래서 나는 결국 어쩌란 말이야'라는 질문엔 답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15일 '내 일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인 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에서 연사로 나선 AI 컨설팅 기업 알리나의 노정석 대표는 AI 시대 준비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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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I가 하는 일은 사실상 변호사, 회계사, 의사 같은 전문가가 하는 일과 다를 게 없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가가 기존의 다양한 기존 데이터를 보고 학습하고, 그걸 현실에 적용해 피드백을 받은 뒤, 그 경험을 통해 '아 이럴 때는 이런 방식이 최고야'라는 식으로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AI도 정확히 그렇게 일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이기 때문에 사람이 수억 년을 경험해도 못 할 경험을 AI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이미 진단의학과의 경우 AI의 MRI 판독능력이 인간 의사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전문분야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이 AI에 의해 대체될 것인가? 혹시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컴퓨터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그것은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렇게 데이터를 남기고 있는 정신노동은 이제 AI의 영역이 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노정석 대표는 강조한다.
'에이 저는 컴퓨터를 쓰긴 하지만 창의적인 디자인과 영상 제작 같은 일을 하는데요? 이걸 AI가 하겠어요?'라고 물으신다면, "그걸 AI가 할 수 있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건 숫자 데이터뿐이 아니다. ▲이미지 ▲영상 ▲글 등은 AI가 매우 좋아하는 데이터다. 그러니까 컴퓨터 안에서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하는 그 모든 것이 어차피 데이터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AI에 의해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쩌란 말인가? 사람이 육체적 힘으로 포크레인을 이길 수 없듯, 인간의 지적능력도 AI를 이길 수 없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포크레인을 이길 필요가 없이 그냥 작동법을 익혀 잘 사용하면 되듯, AI도 잘 사용하면 된다. 꼭 AI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AI의 작동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면 AI개발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현실 세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AI개발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역할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문과 출신들이 훨씬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런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것은 앞으로 상당 시간 동안 그래도 사람이 할 일로 남아있을 거라고 노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물론 아무나 당장 코이케 마코토처럼 일상 속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글을 쓰려면 한국말과 한글을 배워야 하듯, 우선 AI를 쓰려면 그 언어인 알고리즘을 배워야 한다. 노 대표는 일단 파이썬(PYTHON)부터 배워보길 추천했다. 일단 한글을 배우면 시, 소설, 수필 등을 읽을 수 있듯, 파이썬 같은 프로그램 개발 언어를 이해하면 다른 알고리즘도 어렵지 않게 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손님의 방문 이력을 알아서 알려주는 기계, 대신 카메라를 움직이고, 셔터를 눌러주는 촬영 기계, 음식 재료를 자동 주문해주는 기계,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대신 찾아주는 기계, 아이의 수업집중도를 대신 감시해주는 기계 등 생활하면서 '누군가를 고용해서 맡기고 싶다'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을 자동화해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혼자 공부하든 전문가 도움을 빌리든 AI를 써보라는 뜻이다.
언뜻 들으면 너무 어려울 것 같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 자동화하는 법을 배워 AI를 쓸 줄 아는 인류와 그렇게 할 수 없는 인류로 인간 세상이 나눠질 것이라는 게 노 대표의 예측이다. AI로 자동화할 경우 사실상 초능력 같은 생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단호했다. 그 격차는 되돌릴 수 없고 이는 결국 원숭이와 인간 수준의 격차로 벌어질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고 강변했다. 섬뜩한 경고지만, 이미 베스트셀러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무용계급(쓸모 없는 계급)으로 지구가 뒤덮일 것이라고 단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노정석 대표의 설명을 정리하면, AI 시대에도 인간으로서 쓸모가 있으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엔지니어링 리터러시: AI 개발자와 대화가 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알고리즘(파이썬)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문과 출신도 엑셀 배우듯 파이썬 배우길 추천한다.)
둘째, 데이터 활용능력: 눈앞에 데이터가 있으면, 어떤 모델을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셋째, 자동화 도전 습관: 내가 하는 일에서 어떤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시도해보는 습관. 어떤 데이터를 모아서 어떻게 축적해서 AI를 활용할지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사람이 할 일이다.
참고로 당신이 이미 성인이라도, 인간의 수명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위의 것들을 배우고 익혀 써먹을 시간은 생각보다 충분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