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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목숨 빚진 건데…대통령이 말한 법안만 처리

<앵커>

몇 달전 스쿨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어머니가 그제(19일) 대통령 앞에서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박초희/故 김민식 군 어머니 : 아이들의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만, 단 하나의 법도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인 어제 바로 후속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 목숨에 빚진 법안들을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미뤄왔던 국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스쿨존 건널목 사고를 막기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을 발의된 지 40일 만에 상임위원회에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 관심이 많은 민식이법만 처리했을 뿐,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다른 법안들은 오늘도 제외됐습니다.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 :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그런 법안들이 통과되게끔 노력해 나가고….]

대통령의 이 말 이후 이틀 만에 열린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아이 잃은 부모들이 회의장 앞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은철/故 이해인 양 아버지 : (통과 안 되고 국회 회기가 끝나면) 저희한테 가장 소중한 이름이었던 아이들 이름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통과시켜주시기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회의 결론은 '민식이법만 상임위에 올린다' 였습니다.

한 의원은 오늘 회의는 지방세법 등 다른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라 시간이 모자랐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과 여론의 압박에 민식이법 하나 겨우 처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추가 논의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오는 28일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제1야당 대표의 단식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회의 재개가 확실치 않은 상황.

길게는 3년 넘게 기다린 부모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이소현/故 김태호 군 어머니 : 지시가 내려왔다고 해서 그것만 10분 만에 이렇게 해결되고 나니까 솔직히 더 화가 나요.]

어린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며 부모들은 오늘도 국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은미/故 이해인 양 어머니 :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그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하 륭, 영상편집 : 김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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