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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마침] 영화 포스터 분석했더니…한국 남성은 '더더블'!

마부작침식 '포스터 테스트'

● 한 장의 미학, 영화 포스터

2시간 넘는 영화를 단 한 장으로! 예고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영화 보기 전 많은 이들이 참고하는 게 바로 영화 포스터입니다. 포스터는 통상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을 불러 모읍니다. 스토리라인을 함축하는 문구, 영화 제작진 등 수많은 정보와 함께 말이죠.

● 마부작침 버전 '포스터 테스트' 해봤더니... 

영화진흥위원회는 2018년 '포스터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백델 테스트를 포스터에 적용해 본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포스터 등장 인물에 여성과 남성이 몇 명이나 등장하는지, 크기와 배치는 어떤지를 분석한 겁니다. 남성 중심 포스터 69.2%, 여성 중심 포스터 12.8%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 포스터에서 등장한 남성과 여성의 실제 면적 비율을 계산해 수치로 확인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한국에서 개봉해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영화 49편의 메인 포스터입니다.

먼저 전체 포스터 면적의 43.5%가 인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영화 31편에서는 평균 45.8%, 미국 영화 18편은 38.6%였습니다. 한국 영화 포스터가 좀 더 인물 중심으로 포스터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주연배우의 선호도와 티켓 파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한국 영화계 현실을 포스터도 반영합니다.
[이주의마침]

● 남성이 여성보다 크다: 인물은 2배, 면적은 4배!

마부작침 분석 결과, 영화 49편의 메인포스터 등장 인물은 총 256명이었습니다. 서사에 영향을 주는 동물도 성별이 확실하면 인물에 포함시켰습니다. 성별 확인이 가능한 등장인물은 228명이었는데 남성은 152명(66.7%), 여성은 76명(33.3%)였습니다. 남성 수가 여성보다 딱 2배 많았습니다. 모두 같은 크기가 아니기 때문에 포스터에서 차지하는 면적도 따져봤습니다. 인물 영역만 따로 놓고 봤을 때 여성의 비율은 단 18.6%에 불과했고 남성은 78.8%로 4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한국 영화 31편만 놓고 보면 여성 17.2%, 남성 79.5%로 격차는 더 컸습니다. 미국 영화 18편에선 여성 22.2%, 남성 77.0%였습니다.

역대 두 번째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 메인 포스터에는 여성 1명과 남성 4명이 등장합니다. 인물 수는 남성이 많지만 각 인물의 크기 자체는 거의 비슷해서 여성 1명 대비 남성 1명의 면적은 1.05배입니다. 포스터에 남성, 여성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 29편 포스터에서 남녀 1명의 면적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계산해봤습니다.

가장 차이가 컸던 영화 포스터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입니다. 여성 1명에 비해 남성 1명의 면적은 23.1배나 됐습니다. 남성 1명이 여성 1명보다 2배 이상 면적이 컸던 영화 포스터는 <기생충>, <드래곤 길들이기3> 등 총 7편이었습니다.

여성이 더 컸던 영화 포스터도 있습니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은 여성 1 대 남성 0.2로 여성 인물이 5.5배 크게 나왔습니다. 여성 1명이 남성 1명보다 2배 이상 면적이 컸던 건 <국가부도의 날>까지 2편이었습니다. 지난 1년 간 한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 중에서 남녀가 함께 등장하면서도 포스터의 중심에 있던 여성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단 둘뿐이었습니다. 

마부작침식 '포스터 테스트' 결과도 영화진흥위원회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8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실사영화는 4분의 1 정도, 핵심창작인력(감독, 주연, 각본 등)의 과반수가 여성인 개봉영화는 15% 남짓입니다. 영화 포스터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안준석 디자이너 (ahnjoonseok@sbs.co.kr)
김민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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