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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족에게 월급 보내던 아들들…대성호의 비극

"내년 귀국인데"…베트남인 6명의 물거품 된 코리안 드림

제주 해상 화재 어선 '대성호' 실종자 수색 작업
제주 해상에서 불이 나 1명 사망·11명 실종 상태인 경남 통영 선적 대성호의 승선원 중 6명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베트남인입니다.

이들은 24세∼45세로, 10일가량 이어지는 조업 활동을 거뜬히 해온 건장한 남성들입니다.

선원취업(E-10)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온 이들은 최장 4년 10개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며 근무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절반은 2015년에 입국해 4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이었으나 체류 기간에 한계가 있어 이르면 내년 3월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귀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3개월∼6개월 뒤 동일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서 다시 일할 수 있지만,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불에 타며 가라 앉는 '대성호'의 모습
김종준 경남해상산업노조 정책부장은 20일 "외국인 노동자들은 4년 10개월씩 2번 근무하면 그 뒤로는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을 수 없다"며 "딱 10년 동안 이룬 '코리안 드림'으로 본국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선원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한 달에 200만 원∼300만 원의 임금을 받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일주일에 10만 원 정도 최소한 용돈만 두고 거의 모든 임금을 본국의 가족에게 보냅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한국 돈으로 150만 원 이상의 금액은 생활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가족이랑 떨어져서라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선원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육지에서보다 배 위에서 불편한 쪽잠을 잘 때가 훨씬 많습니다.

대성호와 같은 근해연승어선은 보통 1달에 2번 정도 출항하며 10일가량 조업을 한 뒤 육지로 돌아옵니다.

육지로 돌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선주가 제공한 여관이나 모텔에서 며칠 머물다 다시 배에 오릅니다.

대성호에서 근무한 베트남인 선원 모두가 주소지를 선주 A(62) 씨의 집으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통영에 있는 A 씨의 집에서 함께 생활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문기 통영근해연승선주협회 회장은 "외국인 선원들의 숙소는 선주가 마련하는데, 육지에서 지내는 기간이 한 달에 며칠 안 되기 때문에 주소지를 선주의 집으로 해두고 여관이나 모텔에서 재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육지에 있는 동안 적으면 2명에서 많으면 6명까지 방 한 칸을 나눠 쓰면서 자유롭게 지내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비극을 맞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7월 강원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에서도 사상자 13명 중 6명이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이들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3명은 사고 직후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의식해 현장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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