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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얘들아, 인생은 길단다"…교육감이 보낸 편지

"너희는 청춘이다"…국어 교사 출신 교육감이 수험생에게 보낸 '시' 재조명

국어 교사 출신 교육감이 수험생에게 보낸 '시'
국어 교사 출신인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수험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쓴 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0학년도 수능날인 오늘(14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최 교육감이 2015학년도 수능을 100일 앞두고 쓴 시가 재조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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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육감은 <12년을 기다린 아이들에게 - 수능 백일을 앞두고>라는 시에서 "12년을 쉼 없이 걸어왔구나/ 장하다/ 이것 하나로도 박수받을 일이다"라며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얘들아 / 말이야 바른 말이지 / 이게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 여기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 아니다", "지금 너희는 / 그 인생문 스스로 열고 / 무엇이든 할 수 있고 /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 창창한 청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수능 시험이 실패하면 끝나는 마지막 게임이 아니라, 다만 인생길 첫 고비이고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 겁니다.

"인생은 길다 / 절망하지 않는다면 / 신념 잃지 않는다면"으로 끝맺은 이 시는 당시 세종시 관내 고3 수험생이 있는 고등학교 6곳으로 보내져 담임교사 낭독 또는 교내 방송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이후 최 교육감의 시는 매년 수능철이 되면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수험생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모든 수험생들이 시험 보고 나왔을 때 이 글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취준생도 위로받고 갑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어 교사 출신 교육감이 수험생에게 보낸 '시'
수능백일 앞둔 고3학생에게 보내는 교육감 편지 (전문)
12년을 기다린 아이들에게 - 수능 백 일을 앞두고


12년을 기다렸구나
하고 싶은 축구 참아가며
하고 싶은 얘기 참아가며
자고 싶고 쉬고 싶고
놀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고 날고 싶고
참고 참으며
깨달음도 없는 공부
즐거움도 없는 공부
그래서 지쳐 쓰러진 아이들아
눈물겹도록 안쓰러운 아이들아
그래도 너희들 이 먼 길
12년을
쉼 없이 걸어 왔구나
장하다
이것 하나로도 박수 받을 일이다.

그리고 이제 기다린 그 날이
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생님들 등불 밝히시고
후배들 염원 담아 깃을 달고
부모님들마저 너희 마음 행여 다칠세라
말씀도 삼가며
너희 행운을 기원한들
정작 예민해진 너희에게
무슨 큰 힘 되랴
위안이 되랴
그래도 애가 마르는 마음 모아
여기 글 한 줄 드리니
이제 숨을 고르고
네 마음 한번 들여다보아라.

얘들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게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여기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 아니다
실패하면 끝나는 마지막 게임 아니다
다만 너희 인생길 첫 고비일 뿐
너희는 청춘이다.
돌아가기도 하고
외로 가기도 하는 인생
때로는 머물다 가기도 하고
때로는 허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마구 내닫기도 하고
때로는 날개 단 듯 훨훨 날기도 하는 인생
지금 너희는
그 인생문 스스로 열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창창한 청춘이다.

이제 남은 백 일
가벼운 마음으로 어깨 추슬러
싱긋 한번 웃어라
물 한 잔 들이키고 숨 한번 골라라
곁에 선 친구 어깨 한번 두드려주며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풀쩍풀쩍 발돋움 한번 하여라
지난 시간을 후회할 필요 없다
앞날을 두고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해온 만큼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거기서 최선을 배워라.

인생은 길다
절망하지 않는다면
신념 잃지 않는다면.

'뉴스 픽' 입니다.

(사진=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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