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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을 곳 없다'…경기도 10년간 조성 가축 매몰지 2천 517곳

'묻을 곳 없다'…경기도 10년간 조성 가축 매몰지 2천 517곳
"과거 구제역 때 대부분 농장이 매몰지로 사용돼 농장 내에는 더는 묻을 곳이 없습니다. 남의 땅에 묻어야 하는데 땅 주인이 원하지 않아 매몰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축 질병 발생 때 살처분한 뒤 매몰 처리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매몰처리 방식은 매몰지 확보가 어려운 데다 환경 오염과 비용 문제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조성된 가축 매몰지는 모두 2천517곳입니다.

이 중 여전히 관리 중인 매몰지는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뒤 조성한 71곳을 포함해 모두 213곳입니다.

나머지 2천304곳은 매몰지 관리지침에 따라 관리대상에서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관리대상에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사체 잔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매몰지로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는 2천∼3천 마리를 처리할 수 있는 용기(FRP)에 담아 묻지만 이전에는 구덩이에 비닐을 깐 뒤 매몰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 피해가 컸던 파주나 연천은 대부분 양돈 농가가 이미 매몰지로 사용돼 농장 내 매몰처리가 어렵습니다.
돼지사체 침출수 유출
이번 연천 매몰지 침출수 유출 사고는 매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탓도 있습니다.

연천군은 매몰지 확보가 어렵게 되자 랜더링 방식(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으로 처리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농림축산식품부의 독촉을 받고 급하게 군부대의 빈 땅에 매몰 처리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 매몰 처리에 필요한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제작이 늦어져 침출수가 유출된 것입니다.

방역 당국은 가축 질병 발생 때 확산을 막기 위해 랜더링 방식 또는 매몰 처리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습니다.

랜더링 처리는 현장에서 처리하면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처리시설이 부족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매몰 처리는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으나 적정 매몰지 확보가 어렵고 재입식 때 불이익 우려와 악취 등으로 농장주와 인근 주민의 악취 민원이 발생합니다.

또 토지의 가치 하락으로 땅 주인이 매몰지 활용을 꺼리고 사후 관리 등에 많은 예산이 소요됩니다.

경기도는 이번 ASF 발병으로 195 농가의 돼지 32만 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이 중 14만7천 마리는 FRP 용기에 담아 매몰 처리하고 9만 6천 마리는 랜더링 처리했고, 나머지는 이동식 열처리 등 기탁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비용 추정치는 614억 9천만 원으로, 매몰처리 때 마리 당 소요되는 비용은 26만 원, 랜더링 처리 때 비용은 11만 2천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경기도와 연천군 등 지자체는 유럽 국가들처럼 매몰 방식에서 벗어나 처리시설을 갖출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경기지역의 경우 연천과 포천에 1개씩, 총 2개의 랜더링 시설밖에 없어 하루 돼지 4천∼6천 마리(60t)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나 독일 등 EU 국가들은 토양 등 환경 오염과 과도한 비용 등을 이유로 비매몰 방식을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하루 270t을 처리할 수 있는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480억 원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평상시에는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을 처리하고 구제역이나 ASF 등 가축 질병 발생 때 신속한 살처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이 발생, 경기지역의 경우 더는 매몰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재활용하기 때문에 매몰지가 필요 없는 동물자원순환센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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