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위험한 건 난민이 아니라 오해와 혐오입니다

정우성이 전하는 '난민에 대한 오해' (1)
정우성|배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저자.

SBS 뉴스

작성 2019.11.08 11:00 수정 2019.11.14 16: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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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그렇듯이, 난민 문제도 각자가 처한 위치와 경험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다른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게 아니라 그 다름 속에서 함께 해법을 고민하고 찾아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들 중 하나는 난민에 대한 오해로 난민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는 걸 목격할 때이다.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구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종종 마주하게 되는 난민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근거 없는 혐오와 배척이 아닌, 난민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난민은 못 사는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잘 사는 선진국으로 간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의 보호 대상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2018년 기준 전 세계에 7,070만 명이다. 이 중 4,130만 명이 국내 실향민으로, 자국의 국경 자체를 넘지 못한 이들이다. 국경을 넘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가 2,590만 명, 난민 지위 신청자 신분으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350만 명 정도 된다.

그렇다면 타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2,590만 명은 주로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이들 중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부유한 국가로 간 비율은 16%에 그친다. 난민의 80%는 그 인접국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난민 보호자 수 상위 10개국 중 고소득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다. 터키, 파키스탄, 우간다, 수단 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보호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난민은 자신의 살던 곳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는 사정이 생겨서 그곳을 잠시 떠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꿈은 평화를 찾은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네팔에서 만났던 한 할아버지는 국경 근처의 난민 캠프를 벗어나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에 난민 캠프를 떠나지 못하고 계실 정도였다.

● 대부분의 난민은 제3국 정착을 희망한다?

난민은 이주민과 다르다. 그 구분을 위해 엄격한 난민 심사 과정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난민은 갑작스러운 난리에 살 곳을 잃어버린, 그곳에 계속 머물다간 삶 자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떠난 사람들이다.

내가 캠프에서 만난 거의 모든 난민들의 꿈은 고국으로, 평화를 찾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재의 상태를 안정된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보호국에 머물러도 그곳에서 영구적으로 정착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머문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잃어버린 자기의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게 그들의 마음이다.

물론 자녀의 치료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체류를 원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귀화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귀화 과정 역시 엄격한데, 이 어려운 과정을 통해 귀화에 성공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왜 그리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지는 우리 역사를 되돌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만주, 연해주, 중국, 일본 등으로 옮겨 간 사람들은 평생 그곳에서 살 생각을 품고 고향을 떠났을까? 마지못해 떠났지만, 언젠가는 해방된 고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어울려 살겠다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지금의 난민들도 다르지 않다.

● 난민 신청자 상당수는 취업을 위해 난민으로 위장한 자들이다?

지난해 예멘 난민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 당시 난민 신청자 상당수가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왔으며 심지어 브로커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난민 지위 인정 신청 서류를 제출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몇몇 행정사들이 예멘인들과 함께 민원실을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오해가 나온 것 같다는 거다. 우리도 법률 지식이 없으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데, 이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현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브로커의 가짜 서류가 통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부의 난민 심사가 허술하지 않다.

최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3.7%에 불과하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이 3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위장 취업으로 돈을 벌려는 게 목적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이토록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은 난민 신청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까?

난민을 둘러싼 오해는 이 밖에도 많다. 다음 글에서는 '이슬람교도는 안 된다', '젊은 남성은 위험하다', '난민 중에는 범죄자가 많다' 같은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어쩌면 난민이 아니라 이런 가짜 뉴스와 의도된 혐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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