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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증권사 접대받고 주간사 선정 의혹…수출입은행 수사

<앵커>

은행이나 기업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는 현지 투자유치망을 가지고 있는 증권사들이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합니다. 증권사가 투자자를 모집해주고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서로 주간사가 되려고 경쟁도 치열한데요, 그런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직원이 부적절한 접대를 받고 주간사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고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국내 수출입 기업의 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수출입은행.

달러나 유로 보유가 필수인 만큼 1년에도 서너 차례 해외에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합니다.

현지 투자 유치망이 넓은 국내외 증권사가 채권 발행 주간사로 선정됩니다.

[금융기관 관계자 : 로드쇼(해외투자설명회)를 얼마나 잘하고 메이저 국제 금융의 큰손들을 얼마나 많이 꼬셔들이냐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주간사를 누가하느냐'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절대적입니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부터 5년간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면서 선정 절차를 무시했다가 지난 7월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주간사 선정은 증권사들이 제안서를 제출하면 이를 평가한 뒤 선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통상 주간사는 증권사 다섯 곳 정도를 선정하는데 수출입은행이 임의로 두 곳 정도를 먼저 고른 뒤 나머지 서너 곳만 제안서 평가를 거쳐 주간사로 선정한 것입니다.

사전 선정된 증권사 평가 점수는 선정 결과에 맞춰 사후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출입은행이 이 기간 동안 발행한 해외 채권은 25조 9천억 원 규모로 주간사 수수료로만 768억 원이 나갔습니다.

SBS 취재 결과 경찰이 이런 주간사 선정과정에 부정이 있었던 정황을 잡고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출입은행 담당자들이 뉴욕과 런던, 홍콩 등지에서 진행된 해외투자설명회 과정에서 증권사로부터 부적절한 접대와 대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입니다.

경찰은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접대 등 대가를 받고 투자 유치 능력이 떨어지는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과도한 수수료 지급과 함께 불리한 조건으로 채권이 발행되는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관계자 : (채권 발행할 때) 가장 유리한 (낮은) 이자율을 받아내는 거잖아요.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수출입은행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담당 직원에 대한 징계와 제도 개선을 마쳤다면서 경찰 수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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