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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공무원, 출장 간다며 피부시술…'220→55만 원' 특혜까지

<앵커>

서울 강남구청의 간부급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피부과에 가서 비싼 미용 시술을 파격적으로 할인된 값에 그것도 상습적으로 받았습니다. 피부과 가는 시간에 출장을 끊어서 출장비도 챙겼는데, 이들이 병원장을 알게 된 계기도 특이합니다.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서울 청담동의 한 피부과. 정장 차림의 남성 두 명이 옷을 갈아입고 치료실로 들어가 레이저 등을 이용한 피부 관리 시술을 받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청 세무관리과의 과장과 팀장.

이들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꼴, 각각 아홉 차례와 열 차례 시술을 받았는데, 모두 평일 근무시간대였습니다.

[병원 직원 : 두 분 다 근무 시간 중에 오신 걸로 알고 있고요. 점심시간 아니라 근무시간에…]

SBS가 강남구청의 출장기록을 확인했더니 이들이 미용 시술을 받은 시점과 관내 출장 기록이 여러 번 일치했습니다.

가격도 파격이었습니다. 10회에 220만 원짜리 시술을 받고 이들이 낸 돈은 55만 원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검버섯이 막 난 거예요. 보기가 흉해서, 내가 돈을 내고 했어요.]

병원 방문 기록을 제시하자 말을 바꿉니다.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4월부터 7월까지 10차례 방문하신 기록이 있고요.) 근데…가서 상담은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갔다가 다시 오고. (그렇게) 간 것까지 아마 포함돼 있을 거예요. (저희가 확인을 해보니까…다 치료받으셨어요. (병원에) 오셨을 때마다.) …….]

해당 공무원들은 강남구청이 주최하는 세금 관련 강좌에서 피부과 의사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택스 앤 컬쳐'라는 일종의 교양강좌 프로그램인데 수강료는 100만 원에 모범 납세자나 전문직 종사자만 수강생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강좌가 공무원과 이른바 지역 유지의 유착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좌뿐 아니라 강좌 이후 술자리까지 구청 세무과 공무원들이 합석합니다.

[수강생 : 국장님 오셨습니다. 국장님! 국장님!]

각종 인허가권과 지역 개발 권한이 있는 지자체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상황입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런 강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구청이 앞장서서 이른바 정경유착을 지금 키우고 있다, 토착비리를 스스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매우 심각한 도덕적인 해이다라고 저는 생각이 되고요.]

서울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구와 송파구 등 이른바 부자 지역구에서도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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