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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日 '北 종말유도탄두' 인정…北 '재진입'도 완성한 듯

[취재파일] 日 '北 종말유도탄두' 인정…北 '재진입'도 완성한 듯
일본 방위성이 김정은 집권 이래 북한 미사일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를 최근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탄도미사일 16발을 쐈는데 김정은은 68발을 쐈다며 북한 탄도미사일들을 종류별, 시기별로 정리했습니다. 자료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 탄도미사일의 성능 향상에 대한 분석입니다.

성능을 크게 장거리화, 정확성 및 운용능력 향상, 발사형태 다양화, 은밀성·즉시성 및 기습공격능력 향상, 변칙적 궤도로 구분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정확성 범주를 상세 설명하면서 북한의 일부 탄도미사일이 종말단계에서 유도기동하는 탄두를 장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종말단계는 미사일이 정점고도를 찍고 낙하하는 구간입니다. 이때 북한 미사일의 탄두가 자유낙하하는 게 아니라 표적을 쫓아 요리조리 유도비행을 한다는 겁니다.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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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면 일본 쪽 동해바다 또는 일본 넘어 태평양으로 떨어집니다. 종말단계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훨씬 가까이서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본이 내놓은 결과가 "북한 탄도미사일이 종말단계에서 유도비행을 한다"입니다.

일본 방위성에 앞서 북한도 탄두의 종말단계 유도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장면은 일본 NHK 방송 카메라에 찍힌 적이 있습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몇 발짝 성큼 나아간 것 같습니다.
일본 방위성의 북한 미사일 분석 자료
● "종말 유도기동 탄두를 갖추고 있다!"

일본 방위성의 북한 미사일 자료는 종말단계 탄두에 대해 "일부 탄도 미사일에는 '종말 유도기동탄두'를 갖추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一部の 彈道ミサイルには、終末誘導機動 彈頭を 裝備しているとの指摘も)"라고 밝혔습니다. 시점은 2017년 이후입니다.

북한은 그 당시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무더기로 쏴 올렸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시험발사는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입니다. 최대고도가 2000km 이상이었고 비행거리는 790km에 육박했습니다. 이른바 고각발사였는데 정상 발사시 추정 사거리는 5000km에 달합니다.

이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가혹한 재돌입 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 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재돌입 즉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조종전투부 즉 탄두의 종말단계 유도 특성을 확증했다는 말인데 쉽게 풀면 탄두의 재진입과 탄두의 유도비행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일본 방위성의 평가와 북한의 보도가 똑같이 탄두의 종말단계 유도비행의 성공을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주장뿐 아니라 일본 방위성의 분석이 동시에 그렇다면 북한은 종말단계 유도비행에 진짜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탄두가 표적을 찾아 정밀하게 유도 비행하면서 대기권 안으로 무탈하게 재진입한다면 그 위력은 상상초월입니다.

● 이미 찍힌 북한의 재진입 기술

북한은 2017년 7월 28일 화성-14형 IC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최고 고도는 3700km를 넘었고 비행거리는 1000km 가까이 기록했습니다. 47분이나 날아서 일본 북쪽 공해상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일본 홋카이도에 설치된 NHK 카메라에 섬광 하나가 찍혔습니다. 화성-14형의 탄두입니다.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한 후에 안정적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습니다. 재진입의 압력과 열을 못 이겨 탄두가 폭발했다면 작은 섬광 여러 개가 보이거나 아예 안 보였을 텐데 NHK 카메라에 잡힌 섬광은 온전했습니다.
2017년 7월28일 NHK에 찍힌 화성-14형의 재진입체
재진입 성공으로 추정은 됐지만 확증할 길이 없었습니다. 일본 방위성의 입증으로 북한 미사일 탄두의 종말단계 유도비행이 확인된 걸 보면 북한 주장대로 재진입 기술도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일본 왜 공개했나?

일본 자위대는 지난 9일 도쿄 임해광역방재공원이라는 곳에서 패트리엇 요격체계 기동전개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고노 다로 방위상이 현장 시찰하면서 자위대원들을 격려했습니다. 이틀 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1년 3개월 만에 패트리엇 포대를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 부지에 전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즈음 일본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 동향 문건을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동시다발적인 패트리엇 전개와 방위상의 시찰, 북한 미사일 동향 문건 공개는 같은 맥락의 정치적 행위입니다.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한데 어떤 목적을 위한 노림수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지난 2일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2형 시험발사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스톡홀름 실무접촉 이후 또 교착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일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이 북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대리 광고해주는 바람에 협상에서 북한 몸값만 높이는 역효과를 내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다음 달 22일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북한 미사일의 종말단계 정보를 일본은 이만큼 갖고 있으니 지소미아는 살려두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는, 그런 메시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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