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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 버려진 '웅담 채취용' 사육 곰…83%는 '이상행동'

환경부, '곰 보호 시설 건립' 예산 신청했다 삭감

<앵커>

한때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졌던 이른바 사육곰들이 국내에 500마리 정도 남아있습니다. 과거 정부가 사업을 장려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곰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하는 곳이 많은데요. 철창 안의 사육곰들은 이상행동도 보이고 있습니다.

정경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원주 한 마을에 있는 사육곰 농장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 농장에는 한때 30마리 가까이 곰이 늘었다가 지금은 21마리로 줄었습니다.

찾는 사람이 없는 사양 산업이 됐기 때문입니다.

사육곰 사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1980년대에는 농가 소득을 올리겠다면서 이 사업을 장려해 왔는데 2000년대부터는 이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2013년도부터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면서 더 이상 곰을 늘리지 않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다시 말해 사육곰들은 이 상태로 도살되거나 자연사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때 국내에 1,400마리가 넘었던 사육곰은 올해 31개 농장에 479마리로 줄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조사 결과 곰 사육의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는 곳은 26%, 물을 항상 주는 곳은 31%에 불과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상 행동을 되풀이하는 이른바 정형행동을 하는 곰이 관찰된 곳도 전체의 83%나 됐습니다.

[최태규/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수의사 : 방치가 되고 있고 특히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건 먹을 것들의 질이 낮아지고 있죠. 음식물 찌꺼기 위주로, 큰 농장들은 주고 있더라고요.]

농장주들은 곰을 사겠다는 곳도 없고, 그렇다고 곰 사육 폐업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박상희/농장주 : (정부에서) 조기 종식을 위해서 사업을 해오던 거에 우리가 순응하고 따라주다 보니 이 모양이 된 거죠. 곰들도 정말 무슨 죄가 있어요, 동물들도….]

환경부가 곰 보호 시설을 짓기 위해 예산 3억여 원을 신청했지만 최근 이마저 삭감됐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채일택/동물자유연대 팀장 : 사육곰을 구조해서 시설로 이주시키자는 시민운동에 대해서 동의를 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거의 대부분 시민들이 찬성을 한다, 85.6%였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남은 사육곰들을 이대로 방치하지 않으려면 보호 시설 건립이 시급하다며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정영삼·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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