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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상륙 전날 웃으며 폭탄주 돌린 '구청장·경찰서장'

인천시, 당시 링링 대비 '3단계' 비상 근무

<앵커>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지나던 이번 달 7일 인천 지역의 모습입니다. 시속 200km가 넘는 강한 바람에 시설물이 흔들리고 이렇게 나무까지 쓰러지면서 밖에 다니기가 무서웠던 9월의 첫 번째 토요일 아마 기억나실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전날인 금요일 밤에 인천의 한 지자체장과 경찰서장이 폭탄주까지 곁들인 저녁 자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인천시는 태풍에 대비해서 가장 높은 등급인 3단계 비상 근무 중이었습니다.

안희재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의 한 식당, 명함을 주고받는 수인사가 끝나자 폭탄주 잔이 돌기 시작합니다.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서로 직접 쌈을 먹여 주는 등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잔을 비운 남성은 김철우 현 계양경찰서장, 맞은편에 앉은 것은 박형우 현 계양구청장입니다.

저녁 자리가 있던 지난 6일 밤은 태풍 링링이 시속 200km 강풍을 몰고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던 때였습니다.

인천시는 제주를 휩쓴 링링의 위력에 대비해 당일 저녁 비상 근무 등급을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한 상태였습니다.

계양구청 역시 당일 저녁부터 주무부서를 중심으로 비상 근무 중이었는데 정작 그 시간 구청장은 경찰 간부들과 2시간가량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문제의 저녁 식사는 구청과 경찰서 바로 앞에 있는 이곳 식당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시 구청과 경찰 간부 10여 명이 모여서 술잔을 주고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던 겁니다.

구청장을 찾아갔습니다.

[비서실장 : 청장님은 지금 만나실 수 없는데요. 계시긴 하시는데…. (구청장님이 직접 해명을 해주셔야…) 청장님께서는 인터뷰할 의사가 없으시니까….]

구청 관계자는 "간담회를 미루기 어려웠고 식사를 마친 구청장은 청사에서 업무 보고도 받았다"며 "태풍 대비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서장도 "예산 편성 시기를 앞두고 구청과 원활한 업무 협의를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며 "주민 안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는데, 시기상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다음날 태풍 링링으로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무너지는 등 계양구에서만 1억 원 넘는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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