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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굶기고 죽이고…'국가의 납치' 선감학원

<앵커>

경기도 안산 대부도 근처에 '선감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신선이 머물고 갈 만큼 달콤한 섬이라는 이름이지만 수십 년 전 거기 있던 '선감학원'에 머물렀던 이들은 그곳을 지옥의 섬으로 기억합니다. 부랑아를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강제 수용해 때리고, 노역시키고 죽음을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유린의 가해자는 국가였는데요, 먼저 권지윤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김영배 씨가 선감도로 끌려간 것은 1963년 8살 때였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서울 충무로) 누이집에 가 있으면서 잠깐 뭘 사러 나왔다가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잡혀가지고….]

가족이 있다는 호소에도 그는 부랑아 시설, '선감학원'에 수용됐습니다.

염전·축산 농장·논밭을 오가며 각종 노역에 시달렸고 폭행과 배고픔은 일상, 학대와 가혹행위는 다반사였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아이들끼리) 1대1로 마주 보게 해 놓고 따귀를 때리는 체벌이 있어요. 안 때리면 또 맞으니까 그걸 피하려고 더 심하게 때리다 보면 얼굴도 찢어지고….]

몸이 망가져도 동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선감학원에) 의무 담당하는 사람이 수의사였고, 수의사가 뭐예요? 동물 다루는 의사 아니에요.]

일제 때 만들어진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에는 경기도, 즉 국가가 운영하다 1982년에야 폐교됐습니다.

이른바 소년 판 삼청교육대로 모두 4천여 명 이상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일영 씨와 김성곤 씨 역시 가족이 있는데도 행색이 허름하다는 이유로 각각 13살과 9살 때 선감학원으로 잡혀왔습니다.

섬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탈출뿐 그마저 갯벌과 급류 탓에 주검으로 발견되기 일쑤였습니다.

[한일영/선감학원 피해자 : (탈출하다가) 죽더라도 인근 섬으로 떠밀리면 그나마 행운이고 먼바다로 나가면 그걸로 끝나는 거죠.]

시신 수습도 아이들 몫이었습니다.

[김성곤/선감학원 피해자 : (아이 시신에) 소라 덩어리 이런 것들이 막 다 달라붙어 버리는 거야. 얼굴이고 뭐고 눈 있는데도… 그래도 떼어내서 가마니에 싸서 묘로 가는 거죠.]

10살 남짓에 직접 아이들을 묻었다는 피해자,

[김성곤/선감학원 피해자 : 3명을 내가 여기서 묻은 거를 기억해요.]

여전히 선감도 언덕에는 묘비조차 없는 작은 봉분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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