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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저물가' 걱정이라는데…뉴욕보다 비싼 식료품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바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요새 우리나라가 물가가 너무 안 올라서 걱정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도대체 그건 또 어느 나라 얘기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단 말이에요. 이런 괴리감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좀 알아보고 오셨다고요?

<기자>

네. 먼저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지금 저물가 상태인 것도 맞는데, 먹고살기 비싼 나라인 것도 분명합니다.

기본적으로 먹고살기가 비싼 곳이니까 추세를 보는 지표인 물가가 실제로 주춤하면서 오르지 않아도 저물가라고 그냥 얘기해 버리면 공감이 잘 안 가는 거죠.

서울의 식료품 가격, 한 마디로 먹고살기 위해서 장보는 데 들어가는 돈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도시라는 통계가 하나 나왔습니다.

뉴욕이나 도쿄같이 먹고 살기 비싸기로 유명한 곳들보다도 높습니다. 지금 보시는 넘베오라는 사이트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이런저런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입력한 정보로 비교하는 데입니다.

예를 들어서 마트에서 사과 1kg 어치를 내가 샀는데 얼마였다, 우리 도시에서 비싸다고 여겨지는 편인 고급식당에서 스테이크가 얼마다, 이렇게 구분해서 시민들이 입력한 정보가 모인 게 지수가 되는 겁니다.

국가통계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실제 지갑을 열면서 본 장바구니의 값을 보는 데는 참고가 되죠.

<앵커>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나라 서울에서 먹고 사는 비용이 6위를 차지했다는 말씀인 거죠?

<기자>

네. 서울보다 식료품이 더 비싸다고 나오는 도시는 생활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 5개 도시 밖에 없었습니다. 다 해서 376개 주요 도시 중에서요.

나라로 따지면 그러니까 사실상 세계 2위입니다. 이 지수는 기준이 뉴욕이라서 뉴욕을 100으로 봅니다. 서울의 식료품 가격 지수가 현재 105.73입니다. 뉴욕보다 6% 가까이 더 높다는 거고요.

재밌는 게 우리나라가 전체 생활비 수준은 이 사이트에서도 22위입니다. 외식비나 다른 소비재 가격들, 교통비 이런 걸 다 따지면 22위까지 내려갑니다. 이것도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높은 대도시들이 21개가 있죠.

그리고 집세, 집을 빌리는 비용은 이 생활비랑도 떼놓고 따로 보는데, 그건 주요 대도시들에 비해서 서울이 꽤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식료품 가격이 유난히 높은 겁니다. 전체 생활비에서 1위부터 5위까지 스위스 도시들이 식료품 가격에 있어서도 1위부터 5위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만 유독 먹고사는 이 비용이 전체 수준에서 튑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게 과장이 아닌 겁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저물가라고 해버리면 공감 못 하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민들이 모은 자료지만 그럼 통계로서의 정합성을 좀 더 따져서 국가가 만든 자료를 봤을 때 엥겔계수, 그러니까 가계소비에서 식료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지금 보시는 것처럼 우리가 미국, EU, 일본보다 더 높습니다.

엥겔계수는 소득과 비용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하기는 하는데 아무튼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서 먹고 사는 기본적인 비용의 비중이 큰 구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앵커>

왜 하필 우리나라가 그런 걸까요? 

<기자>

근본적인 이유들이 좀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죠. 일단 땅도 작고 농업의 규모가 작죠. 그리고 산이 많고, 자연조건 같은 것도 있고요.

이 조건들 안에서 우리도 생산자단체의 덩치를 크게 키우는 규모화 사업 같은 걸 하면서 생산비를 줄이려는 노력들을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일단은 생산비 자체가 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통비용도 분명히 높은 편이 맞습니다.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인건비가 더 높고 소포장이나 냉장 같은 걸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더 올라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했을 때도 우리가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품목들이 보입니다. 이건 우리나라 규모나 상황에 비해서 유통비가 실제로 높은 편이라는 얘기인 겁니다.

이렇다 보니까 혹한, 폭염이 이어졌던 작년에 비해서 올해는 농산물 물가가 낮아진 게 사실이고, 그게 올해 저물가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먹거리 가격은 늘 높은 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1년 전으로부터의 추세를 보는 물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그 숫자와 이른바 체감물가가 다른 이유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체감을 좀 더 반영하는 보완지표 같은 걸 만들면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한데, 근본적으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조건 안에서 농산물 생산비, 유통비를 줄이면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 자체를 좀 더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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