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구혜선·안재현 싸움에 소환된 고양이 '안주'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19.09.17 11:00 수정 2019.09.18 13: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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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구혜선·안재현 싸움에 소환된 고양이 안주
지난 한 달 가까이 구혜선·안재현 부부의 파경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타까운 소식을 보게 됐다. 바로 두 사람이 함께 키우던 스코티쉬폴드 고양이 '안주' 소식이었다.

구혜선 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주, 저랑 산 세월이 더 많은 제 반려동물입니다. 밥 한 번, 똥 한 번 제대로 치워준 적 없던 이가 이혼 통보하고 데려가 버려서 이혼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안주의 사진을 올렸다는 보도였다.

안주는 '남에게 안 주겠다'는 의미로 안재현 씨가 지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안주의 양육권을 두고 두 사람이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부부의 이혼이야 흔한 소식이지만, 그 과정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실제로 두 사람이 이혼을 하게 되면 안주는 누가 키우게 될까. 자녀처럼, 반려동물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여 한 사람은 양육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은 면접교섭권을 가지게 되는 걸까?

다들 아시는 것처럼 그렇지는 않다. 반려동물에게는 양육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반려동물과 관련된 인간의 권리는 양육권이 아니라 소유권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다. 민법 제98조에 의해, 사람이 아닌 유체물은 모두 '물건'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만약 결혼 후에 부부가 공동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면 부부의 공동소유로 볼 수 있으나, 한 사람이 결혼 전부터 길렀다면 이때 동물은 특유재산(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취급되고,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누가 '안주'를 처음 취득(?)했는지가 중요해지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주는 결혼 전부터 안재현 씨가 기르던 고양이였다고 한다. 결국,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이혼을 하면, 법적으로는 안주는 안재현 씨가 기르게 될 확률이 높다.

다만, 특유재산이라 할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구혜선 씨 일방의 주장처럼 정말로 안재현 씨가 안주를 전혀 돌보지 않고, 안주의 사료비, 병원비, 관리비를 모두 구혜선 씨가 냈다면, 조정이나 재판을 통해 구혜선 씨가 안주를 키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 이슈와 관련해 화제가 된 뉴스가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1월 1일부터 부부의 이혼 판결 시, 판사가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주목할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양육권'이란 개념이 사용된 점이다.

반려동물의 행복을 고려하여 반려동물을 더 잘 돌본 사람에게 양육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책을 더 많이 시켰거나, 더 많이 놀아준 사람과 살 때 반려동물이 행복할 것 같다면, 그 사람이 양육권을 가지게 된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빌 쿼크 의원은 "동물은 자동차 같은 재산과 다르게 봐야 한다"며 "법원은 동물이 누구에게 가는 게 최선인지를 근거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가 600만 가구 1,500만 명에 육박한다(2017년, 검역본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을 특유재산인지 공유재산인지 따지는 수준을 넘어, 동물의 행복을 함께 고려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구혜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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