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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 60주 부상도 숙명처럼…'액션 스쿨' 탄생 비화

[SBS 스페셜] 오늘도 나는 싸운다 - 무술감독 정두홍 ②

정두홍은 액션에 미친 사람?

1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오늘도 나는 싸운다 무술감독 정두홍'라는 부제로 무술감독 정두홍을 조명했다.

지난 8월 28일 한 영화제의 기자회견에 액션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곁에 정두홍 무술 감독이 자리했다.

웨슬리 스나입스는 "그의 영화 '짝패'를 봤다. 그의 뛰어난 무예 실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잘 생겼다. 나의 형제와 다름없다. 내 김치 브라더이다"라며 "조만간 함께 영화를 찍을 거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라며 정두홍과 남다른 인연을 자랑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술감독 1세대 정두홍에 대해 그의 절친 영화배우 이병헌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바리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력이 대단하다.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뼈가 심각한 상태인데도 그걸 온전히 등 근육으로 버텨내면서 무술을 해내는 걸 보면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다"라고 칭찬했다.

지난 1995년 영화 '런어웨이'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당시 정두홍은 이병헌을 대신해 차에 치이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에 이병헌은 "다들 놀랐다. 저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차에 치이는 장면 내가 찍었냐고 물었다. 그때 내가 정두홍 감독을 닮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며 "해외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나와 정두홍 감독을 헷갈려한 적도 많았다. 절망적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병헌은 공공연히 정두홍과 닮은꼴임을 스스로 언급했던 것. 이에 이병헌은 정두홍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할이 가져야 하는 감정들이 몸과 행동에서 다 보이니까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영화에서 독보적인 존재, 그는 무술감독일 뿐만 아니라 액션배우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이에 정두홍은 "액션 영화를 보면서 액션 배우의 꿈을 꿨다"라며 "85, 86년 합기도 국가대표가 되면서 시범단으로 해외에 다녔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고 선배의 소개로 89년에 영화를 처음 하게 됐다"라고 했다.

1989년 '포졸 형래와 벌레 삼총사'라는 영화에 벌레 역으로 출연했던 정두홍. 그는 "액션을 배워보지 않아서 촬영 첫날 바로 쫓겨났다"라며 "이건 보통이 아니구나,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걸 느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장에 계속 남아 그때부터 액션 배우로서의 최고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액션의 합이라는 것을 배운 정두홍. 영화 '장군의 아들'을 통해 이일재의 대역이 되었다. 이에 그는 "촬영을 할 때마다 기립 박수를 받았다"라며 "그때부터 알려지게 됐다"라고 3개월 만에 달라진 상황을 설명했다.

정두홍은 "'장군의 아들' 대역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되고 최연소 무술감독이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양동근, 이나영 주연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이 드라마에서 정두홍 감독은 꽤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했다. 그리고 그는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 양동근의 소개로 함께 출연하게 됐다.

정두홍은 "옛날, 미국에 스턴트 장비를 사러 많이 갔는데, 거기 액션 영화 테이프들이 가득 꽂혀 있는데 한국 영화는 하나도 없었다. 다 일본 영화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꼭 저기에 한국 액션 영화 테이프가 꽂히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라고 영화에 발을 들인 초창기 가졌던 원대한 포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포부를 담은 액션 스쿨을 만들었다. 그는 "한국 체육 진흥회 건물에 세 번을 찾았다. 세 번째는 무릎을 꿇고 회장님 아들 같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우리가 이런 공간에서 실력을 쌓고 실력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서 그런 환경에 놓여있다. 제발 우리가 이 안에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달라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다. 그랬더니 허락을 해주셨다"라며 액션 스쿨의 시작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액션 배우들을 위해 액션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교육, 훈련시켰다. 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그에게 아픔과 시련은 계속됐다.

최근 정두홍은 무술 감독 권지훈의 부상이 너무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영화 '베테랑' 촬영 당시 큰 부상을 당했던 권지훈 감독. 당시 그는 60주 이상의 부상을 당했다. 이에 정두홍은 "그때 죽은 줄 알았다. 난 가까이 못 갔다. 내가 책임자인데도 가까이 못 가고 빨리 가보라고 소리만 질렀다"라고 말했다.

매일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사는 것이 액션 배우들의 숙명. 영화 속 멋진 장면 뒤에는 이들의 치열한 노고가 숨어 있었다. 이에 정두홍은 "슬픔과 좌절을 많이 느낀다. 선후배들이 사고로 비명횡사를 했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지중현 무술 감독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액션에 대한 열정과 영화에 대한 애정 하나로 몸을 던졌고, 그들은 덧없이 현장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정두홍을 향해 "다음은 네 차례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현장에서 망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혼자서 튀고 싶어서 저런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정두홍은 "난 이 판을 바꾸고 싶었다. 교육을 시킨 건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는데, 이쪽에 왔더니 직업에 귀천이 엄청나게 많았다. 똑같은 사람인데 너무 다른 대우였다. 그때 난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래서 판을 뒤집고 싶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정두홍은 "스턴트로 사고로 죽어가면서 스턴트 등급이 만들어졌고, 사건이나 사고로 조금씩 개선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난 계속 싸웠다. 그래서 미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후배는 올바른 대우와 보상을 받고 즐겁게 일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오늘도 싸우고 있었다.

이에 곽경택 감독은 "무술 감독의 위상을 정두홍 감독이 많이 높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도 덕분에 많은 체계가 도입되고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도 몫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생 전부 100%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액션스쿨. 처음에 지원하는 이들은 40~50명 정도. 그리고 이들 중 반 정도가 한 달 안에 액션스쿨을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훈련에 버티지 못했던 것. 하지만 힘든 훈련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권지훈 감독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혹독하게 훈련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6개월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테스트를 통과해야 전문 스턴트로 활동할 수 있는 액션 스쿨. 정두홍은 교육생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다. 이에 정두홍은 "나는 이제 가르치지 않는다"라며 액션스쿨에 대한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넘겨주었다.

권지훈 감독은 "정두홍 감독님이 액션스쿨을 만드셨지만, 저희 스스로 운영하라는 취지로 대표라는 직함을 없애고 대의원제 같은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두홍은 "과거 왓스라는 무술팀이 있었다. 진짜 잘 나갔다. 그런데 그 팀의 수장이 죽으니까 팀이 1년 만에 해체되더라"라며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냐. 그런데 난 이 액션스쿨이 빨리 없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너네들이 트레이닝을 해라. 대표로서 리더십을 키워라. 그게 내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여기는 내가 죽어도 액션스쿨은 무조건 무료다. 그것만 지켜달라고 했다. 내가 없어 봤지 않냐. 없어 본 사람이 뭘 배운다는 건 힘들다. 그리고 없는 사람에게 공짜로 가르쳐주는 것도 힘들다"라고 했다.

액션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며 태권도를 배웠던 정두홍. 그는 관비조차 낼 돈이 없었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당시 자신을 도와준 관장님의 이야기가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 스승 덕분에 그는 꿈을 지키고 꿈을 이루게 되었던 것. 이에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이들을 돕기 위해 액션스쿨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무서운 무술감독 정두홍, 그러나 그는 아들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아빠가 되었다. 그는 "아버지는 내게 되게 무서운 사람,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군대 갈 때 남자의 굵은 흐느끼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그때 알았다. 아버지가 날 사랑하신다는 걸. 그래서 그때 행복하게 군대에 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의 제대를 며칠 앞둔 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이에 정두홍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턴트 할 때 부 더 기도했던 게 있다. '아버지 저에게 지혜와 용기와 힘을 주세요'라고 지금도 기도를 한다. 그리고 저 아이들도 지켜달라고 함께 기도한다"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에게는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 정두홍. 이에 아들 정무헌은 "아버지는 친절하고 해 달라는 걸 다 해주신다. 다른 아빠들과 다르다. 그리고 항상 가족을 목숨 걸고 지키고, 형제간은 사랑으로 지키라고 이상한 말도 많이 한다"라고 했다. 또한 정두홍은 "아들이랑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세상이 다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액션스쿨로 돌아간 그. 그는 후배들과 함께 디지털 콘티 작업을 했다. 작품에 쓰일 장면을 직접 촬영, 편집을 해서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이 방법을 영화에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정두홍이었다.

그는 이제 액션의 합만 짜주던 존재가 아닌, 액션을 구상하고 촬영, 편집에까지 관여하는 진짜 '무술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디지털 콘티는 실제 영화에 그대로 도입되었고, 최고의 효과를 얻어냈다.

정두홍은 "무술감독이라는 직함을 얻으면 그 이름에 어울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편집을 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많다. 거의 30년 가까이하고 있다. 이제는 발가락으로도 할 수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연출력은 한국을 넘어 해외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제7기사단'에서 무술 감독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도 후회되는 시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나태해진 잃어버린 10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건달 영화가 많이 나오면서 테크닉 필요 없이 무식하게 싸워야 했다. 그때 왜 맨날 똑같아라는 말을 듣고 이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류승완 감독을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했다.

그에게 영화 '짝패'는 터닝포인트였다. 주연배우까지 도전한 정두홍. 그는 영화 '짝패'를 통해 생짜 리얼 액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았다. 그리고 그는 한국 액션 영화만의 액션을 구현해냈다.

큰 기교는 없지만 날 것 같은 리얼하고 처절함. 이는 한국 액션을 대표하는 액션이 되었다. 이에 이병헌은 "서커스 같은 무술이 아니고 진짜 길거리에서 싸우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진짜 같은 날 것 같은 액션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거 같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진짜 같은 한국형 액션은 영화 '베테랑'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런 정두홍에게 반해 한국형 액션을 배우겠다는 외국 배우들이 매년 1명 이상은 있다고. 배우 안드레아 프론크는 "한국 액션은 실제인 것처럼 진짜 잘 맞다"라고 했다.

최고의 무술감독 정두홍, 하지만 그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액션을 향한 그의 고민과 열정은 현재에도 계속되었다.

최근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의 대역을 맡게 된 정두홍 감독. 이에 유해진은 "너무 고마웠다. 당시 다리가 좀 불편한 상태로 오셨다. 그런데 여러 번 반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참으면서 하셨다. 저래서 최고의 무술감독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더 이상 대역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정두홍.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난 대역하는 게 너무 좋다. 대사 없이 카메오로 나와도 좋다. 70이 되든 80이 되든 발차기도 하고 대역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라고 했다.

정두홍에 대해 이병헌은 "액션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정두홍. 그에 대해 이병헌은 "놈놈놈을 할 때 하던 복싱 연습을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했다. 저 사람이 저래서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말 지독하구나 싶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액션을 알고 난 후에 운동을 하루도 게을리한 적 없다는 그. 하지만 그도 자신의 나이가 이제 실감 나기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싸워야 했다.

이에 정두홍은 "지금은 내가 버텨야 하는 힘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예전에 10년 정도 자만하면서 보냈던 순간이 지금도 후회된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작품들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점을 하나씩 찍고 사라져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액션 소리에 피가 돌고 액션 소리에 힘이 난다는 정두홍. 그는 영화 현장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스스로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 밝혀 그의 내일을 기대케 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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