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 비밀번호' 거침없이 공유…통관 봐주는 세관원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9.08.26 07:29 수정 2019.08.26 08: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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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SBS 탐사보도부는 국경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관세청 일부 직원들의 비리 행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통관 검사를 빼주는 건 물론이고 세관 직원이 직접 가짜 명품을 수입해 유통까지 시키는 행태, 이게 엄격한 세관 통관시스템 하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강청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세청 직원 황 모 씨가 동료 직원 김 반장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김 반장의 CKP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입니다.

CKP는 관세청 내부 전산망입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이거는 알려주면 안 되는데 원래. CKP가 관세청 내부의 메일이에요.]

김 반장이 곧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이유를 묻자 황 반장은 '간이'라고 답합니다.

간이는 간이신고의 약자로 150달러에서 2천 달러 사이 특송 수입물품을 간소하게 통관하는 방식입니다.

세관 직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가 정해져 있지만 이렇게 다른 직원의 아이디로 접속하면 그 경계는 무의미해집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자기 업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 ID로 들어가서 처리를 해주는 거죠.]

끝까지판다 팀이 확보한 관세청 직원들 간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두 직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모습이 여러 군데서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통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직 세관 직원 B 씨 : 쉽게 말해서 제가 근무 날인데 가서 (보니까) 우범(범죄 가능성 큰 화물) 같아. 딱 찍어놨는데, 그다음 날 퇴근하잖아요. 그러면 다음 후임자가 와서 아이디를 도용해서 (통관되도록) 풀어버리는 거예요. 결국 ID 공유가 제일 문제예요 지금.]

실제로 지난 16일 인천본부세관 8급 공무원이 수입품을 세관 검사에서 빼주고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 이 직원도 퇴근 이후나 휴일에 다른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몰래 접속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유는 세관 직원들끼리 허위로 시간 외 수당을 올리는데도 악용됐습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 공유합니다. 출력해서 서무가 딱 (당번에게) 전해줘요. 그러면 아침에 출근해서 하는 일이 다 컴퓨터 켜고 비밀번호 넣고, 로그인해서 처음부터 (근무시간) 찍어 주는 거예요.]

관세청 통관 시스템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구멍이 뚫린 셈인데, 관세청은 직원들 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유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