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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트럼프, 친구라던 시진핑을 '적' 지칭…대중 전략 바뀌나

분노한 트럼프, 친구라던 시진핑을 '적' 지칭…대중 전략 바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적(enemy)'이라고 규정하고 분노를 쏟아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이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두 사람을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폭발은 시진핑 주석과 파월 연준 의장의 행보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경제정책의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재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을 떨쳐내는 일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대선 전 불황은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에게는 패전의 징후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인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을 위해 시 주석의 협력이, 돈을 더 풀어 경기부양 효과를 보려면 파월 연준 의장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갔습니다.

중국은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인데,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국이 무역협상 타결이 아닌 극한대결을 원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며 오후 중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지시'라는 표현을 쓰며 미국 기업에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까지 가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추가 관세 발표 12시간 만에 5천5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방침보다 5%포인트씩 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렸습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 발언이 평소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친구'라는 우호적 표현을 써온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것으로, 새로운 대중정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내놨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와중에 시 주석을 적이라고 부르며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깊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수 성향 허드슨연구소 소속으로 대통령에게 자문하기도 하는 마이클 필즈버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최근 몇 달 간 중국 대표단 사이에서 오만함이 증가하는 것을 감지했다며 "최근 며칠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좌절감이 커지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누가 더 큰 적인가'라는 반문은 파월 연준 의장을 좀 더 겨냥했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 해석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경기 진단과 향후 금리 운용 방향의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전 트윗까지 날리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이 보도된 후 "예상대로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중앙은행장 격인) 파월 의장이 중국만큼 나쁜 미국의 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전례 없는 공격을 확대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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