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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친구 딸 샤넬 가방 좀"…세관 직원 통하면 '무사통과'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친구 딸 샤넬 가방 좀"…세관 직원 통하면 '무사통과'

<앵커>

SBS 탐사리포트 끝까지 판다에서 오늘(21일)도 스스로를 관세 국경의 수호자라고 부르는 세관 공무원들의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외국 나갔다 올 때 600달러 넘게 물건을 샀으면 세관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되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단속하는 세관 직원들은 성실하게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고 있을지 최고운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2016년 6월 관세청 세관장을 지내고 퇴직한 이른바 '전관'이 현직 세관 공무원 김 반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前 세관장 : 잘 지내지? 다름 아니라…]

용건을 얘기하면서 친구에게 받은 문자부터 전달합니다.

친구의 문자 내용은 이렇습니다.

딸이 파리 여행을 나갔다가 김포공항으로 도착할 예정인데 샤넬 가방 때문에 한도가 넘는다고 걱정을 한다, 아는 직원이 있다면 통과 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부탁을 받은 김 반장, '샤넬 가방을 메고 오는지, 가방에 넣어오는지' 등을 물어보고 처리 결과를 알려 줍니다.

[김 반장 (음성 대역) : 잘 나갔습니다. 저는 아니고 ○반장에게 부탁해서 안내했어요.]

현장 근무자까지 부정한 청탁이 내려가고 청탁한 대로 세금 한 푼 안 내고 샤넬 가방이 통과된 것입니다.

전관예우 관행이 작동한 것입니다.

전직 세관장이나 이 전관 친구의 딸 모두 취재진에게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前 세관장 : (파리에서 이분이 가방을 가지고 오는데 무사히 빼달라, 이렇게.) 없어, 없어, 없어. 처음 들어 나는. 이상한 이야기 하시네, 지금.]

[前 세관장 지인 딸 : (2016년 6월에 혹시 프랑스 파리 갔다 오신 적 있으시죠?) 네. ((통과 부탁한) 기억은 안 나시고요?) 따로 (가방을) 구매한 적은 없어요.]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샤넬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이 가방의 가격은 4,800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650만 원 정도 됩니다.

물론 구매 장소나 조건에 따라서 가격은 조금 다르겠지만, 이 가방을 가지고 국내로 들어올 경우 세금을 2백만 원 정도 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문자 몇 통으로 딸이 당연히 냈어야 할 세금을 면제받은 것입니다.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박민수/서울 금천구 : 한 30분 이상 걸리죠. 다 가방 까고, 일일이 물건 보고. 이건 왜 그러느냐, 똑같은 물건이 10개 이상 있으면 너 장사하려고 가져온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죠.]

[제보자 (음성 대역) : 국민한테는 진짜 100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면서 자기네들은 그런 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죠.]

세관 검사를 봐주는 수법은 다양합니다.

[前 세관 직원 : 여행객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세관 직원이 화장실 들어가서 만나잖아요? 여기서 세관 직원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잖아요. 그러고 난 뒤에 여행객은 엑스레이를 통과해 버려요. 세관 직원은 이 문 통과해요. 여기에는 X레이가 없어요.]

세관 검사가 손쉽게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前 세관 직원 : 저 같은 경우는 세관 생활하고 나니까, 신고하는 사람이 바보인 거예요. 얼마든지 지인만 통하면 비싼 거 세금 많이 낼 것도 통과할 수 있는데. 한 마디로 많이 썩었어요.]

전관예우나 자기 식구 봐주기 관행 뒤에는 허술한 세관 검사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CG : 방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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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판다②] 뒷돈 생기는 '물 좋은 부서'로…관세청 인사 청탁 극심

<앵커>

관세청 직원끼리 서로 밀어주고 또 끌어주는 이런 끈끈함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사청탁입니다. 관세청 안에서 원하는 부서, 특히 이른바 뒷돈이 생길 수 있는 곳으로 배치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시죠.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관세청 공무원 '김 반장'이 동료 정 모 씨와 주고받은 롤렉스 시계 사진들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방을 보면 정 씨가 롤렉스 시계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인사청탁 하면서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서입니다.

두 사람은 이른바 물 좋은 부서가 어디인지, 그런 부서에 갈 수 있는지도 상의합니다.

[김 반장 : ○○과 가면 허탕인데. 여기 오셔야 물 만나는데. 무조건 ○○과 노리세요, 무조건 무조건.]

[정○○ : 오늘 과장님이 ○○이 불러서 말씀하셨답니다. '너랑 ○○이는 1지망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 둘만 알고 있고 소문내지 마라'.]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부서는 수출입 업자나 관세사와 접촉이 잦은 곳들입니다.

[前 세관 직원 : 통관에서는 ○○과가 좋고, 아니면 ○○○과가 좋고. ○○○○과는 진짜 서로 안 가려고 하는 자리고…. (왜요?) ○○○○과는 돈 될 게 없거든.]

물 좋은 부서는 뒷돈이 생기는 부서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대화방에서는 '항구로 가야 한다', '항구 가면 빌딩을 세울 거다'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당시 공항 세관에 있던 김 반장이 항만 쪽 통관 업무를 맡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입니다.

[前 세관 직원 : 항만 가면 규모가 엄청 크죠. 세관 직원이 말 한마디 하면 그냥 통과예요. 세관 직원이 손짓 한 번 해버리면 항만 직원들은 '꼼짝 마라'거든요. 무조건 통과입니다. 보통 그런 말을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항만에서 1년만 근무하면 집 한 채 산다고.]

인사철만 되면 김 반장과 동료 직원들이 서로 희망 부서를 상의하고 심지어 윗선에 줄을 댄 흔적도 대화방 곳곳에 드러납니다.

[○○○ : 과장님께도 사전에 말씀해 주세요. 김 반장 추천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니깐요. (김 반장 : 네 알겠습니다.) 세관장님께 말씀드렸나요? 아님 내가 해야하는데. (김 반장 : 오늘 여행 중이실 거 같아서 내일 점심쯤에 제가 말씀드리고 나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금품을 써서 인사 청탁하고 청탁에 성공해 물 좋은 부서에 가면 또 다른 비리의 유혹에 빠지는 구시대적 비리 고리가 여전한 것입니다.

관세청은 6급 이하 직원의 전보권은 세관장에게 있으며 특정 부서에서 최대 몇 년까지 근무 가능한지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고 SBS에 밝혀 왔습니다.

'비리 고리'를 끊지 않으면 관세 국경 수호자라는 관세청의 홍보 문구는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CG : 김민영·김한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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