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나, 아빠 자격 있나?"…덴마크 아빠의 체크리스트

에밀 라우센 |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15년째 한국서 살고 있는 덴마크 남자

SBS 뉴스

작성 2019.07.31 11:00 수정 2019.08.01 10: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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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녀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아이가 사랑을 알기도 전에 미움과 공포부터 배우게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런 부모들 중에는 자녀에게 애정이 없고 무관심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녀를 사랑하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 그런다.

나와 아내는 20개월 된 귀한 딸 리나를 어떻게 양육할지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나는 덴마크에서 아내는 한국에서 자랐지만, 리나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갈등이 없는 건 우리가 자녀 양육에 대해 중요한 원칙 한 가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좋은 부모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준비된 결혼이 행복한 것처럼 양육도 준비된 양육이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며 준비했다. 그리고 함께 배운 대로 리나를 키우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던진다.

● 아이가 넘어졌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내게 매주 한 번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도록 했다. 처음 만든 음식은 눈으로 봐도 끔찍했고 맛도 그러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그렇게 하면 안 돼!" 하며 요리 도중 나를 교정해주거나 대신해주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며,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그리고 식탁이 차려졌을 땐 그 맛없는 음식을 끝까지 먹어주고, "음식을 만들어줘서 고맙고 잘 먹었어"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부모님이 대신해주지 않아도 꼬마 에밀은 경험을 통해 배우며 매주 더 나은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나의 딸 리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걸음마를 배우며 많이 넘어지고 울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리나가 걷거나 뛸 때 "넘어져, 넘어져" 하며 불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넘어져도 당황하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프다고 우는데 "울지 마, 일어나!" 하는 매정한 말을 하거나 "조심하지 그랬어" 하며 아이의 부주의를 탓하는 말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다. 대신 아프고 놀란 마음을 공감해 주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했다.

아이가 넘어지고 실패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리나가 넘어지는 걸 보는 게 싫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리나가 넘어지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길 원했다. 넘어지는 건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넘어졌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다시 넘어질까 불안해서 도전을 멈출 수도 있고 반대로 넘어져 봤기 때문에 더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도 있다.

● 언성을 높이거나 무서운 얼굴로 아이를 혼내고 있지 않은가?

나와 아내는 아이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내가 밖에서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 나는 일을 겪었다 할지라도 그 감정을 먼저 다스린 뒤 아이를 만나려고 노력한다. 나의 나쁜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훈육은 절대 교육이 될 수 없다. 나는 두려움을 사용해서 아이가 표면적으로 바르다고 할 만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아이가 잘못을 했다면 가장 속상한 사람은 아마 아이 자신일 것이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었으니 말이다. 이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믿음이 아닐까.

잘못했을 때 혼날까 봐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고 눈치를 보는 아이로 자랄지, 부모에게 다가와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화하며 용기를 내 다시 도전하는 아이로 자랄지는 부모의 표정과 감정표현 방식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화를 내는 대신, 좋은 의도로 했다고 믿어주고 단지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것이라고 여겨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실 아이의 발달단계와 능력에 대해 공부하고 알게 되면 아이가 잘못한 많은 경우에 화가 나지 않는다.

● 아이가 부모를 안전한 피난처라고 느끼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내 아이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꿈은 리나가 앞으로 인생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나와 아내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양육하는 것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를 매 순간 경험하게 되면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기든 편한 마음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온 힘을 쓰는 대화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대화를 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리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도 내가 이루고 싶었던 농구 선수의 꿈을 리나가 대신 이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리나가 아니라 스스로의 꿈과 소망을 키워가는 아이로 자라나길 기도한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모두가 준비되어야 하고 매일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더 많이 준비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매일 소통하고 배우며 성장해야 행복한 육아가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원고는 인-잇 편집팀의 윤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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