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시위대 무차별 폭행 '백색테러'…'친중파 배후설' 나와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9.07.22 08:31 수정 2019.07.22 13: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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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홍콩에서 열린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21일 홍콩의 한 전철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각목 등을 들고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친중파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대 참여자들을 겨냥해 '백색테러'가 벌어졌습니다. 

흰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다수의 건장한 남성은 21일 밤 6시쯤부터 위안랑 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밤 10시 30분쯤 갑자기 역사에 들이닥쳐 갖고 있던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CMP는 이들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시민들을 마구 때리면서 역사는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이들은 정차한 전철의 객차로 피신한 승객들까지 쫓아가 각목을 휘둘러 객차 안에 있던 많은 승객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폭력 사건 현장에서는 입법회 린줘팅 의원과 한 여성 기자 등 다수가 부상했습니다.

린 의원은 곤봉과 우산 등으로 얻어맞아 얼굴에서 피를 흘렸으며, 사건 현장에 있던 '입장신문' 여기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흰옷을 입은 남성들에 의해 30초 동안 구타를 당했습니다. 

역 플랫폼 주변에는 부상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곳곳에 남았습니다.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막대기 휘두르는 흰옷 남성들 흰옷 남성들의 폭력 행위는 오후 11시 15분쯤 경찰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30분 넘게 계속됐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현장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정부는 22일 새벽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법에 의해 지배되는 홍콩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히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친중파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 근거로 친중파 입법회 의원인 허쥔야오의 행동을 들었습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허 의원은 위안랑역 부근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이들야말로 나에게는 영웅이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의 늑장 출동과 느슨한 대처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전날 저녁 6시부터 위안랑역에 흰옷을 입을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9시 무렵에는 1천여 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으며, 별다른 대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의 무차별 구타가 10시 30분쯤 시작됐지만, 경찰이 45분이나 지난 11시 15분쯤 출동한 것도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다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을 발견했지만,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고 단지 쇠몽둥이 몇 개만 압수한 것으로 전해져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위안랑구의 한 구의원은 "이것은 분명히 경찰과 폭력배가 합작해서 저지른 사건이다"고 규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tella Lee 페이스북 화면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