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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꼬레아'…체코 병사가 촬영한 휴전 후 한반도

<앵커>

딱 일주일 뒤면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을 맺은 지 6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반도 휴전 상황을 감시하던 체코 병사가 촬영한 당시 영상을 SBS 뉴스토리 팀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김희남 기자입니다.

<기자>

1953년 휴전 직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표시한 나무 표지판과 감시 초소가 허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총성이 멈춘 들녘에서는 모내기가 시작됐고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납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 남과 북의 모습은 점점 더 달라졌습니다.

휴전협정 바로 다음 해인 1954년 5월 1일 개성에서 열린 노동절 행사.

지금의 북한식 군중 집회가 이때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양에는 한복 대신 인민복을 입고 인민모를 쓴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1954년 어느 날, 만포역은 중공군을 떠나보내는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깃발을 흔들지만, 쳐다보는 어른들의 눈빛에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중공군의 철수 과정을 감독하러 갔던 중립국감독위원회 체코 대표단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야로슬라브 코마레크/중립국감독위 체코대표단 : 한국에서의 시간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하게 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체코는 북한 측 중립국 자격으로 모두 300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개성에 본부를 두고 남북한 10개 도시를 오가며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와 함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감독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1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활동은 1956년 6월, 3년 만에 중단됩니다.

정전협정도 잘 지켜지지 않았고 감독 활동에 대한 반발도 컸기 때문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숫자만큼 양측이 정전협정을 많이 위반했죠. 전쟁한 이후에 종전을 하지, 휴전체제가 거의 70년 가까이 이루어진 체제도 없고요.]

체코는 이후 1993년 자유화하면서 북한이 지명을 철회하자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됩니다.

분단을 고착화한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으로 불리듯 체코 대표단의 존재도 잊혀갔습니다.

하지만 66년 전 그들이 남긴 영상기록은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담은 우리 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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