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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도 "한국에선 한국말"…이주민에 편협한 인식

<앵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도 가정폭력을 당했었다는 이주 여성들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폭력의 이면에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편협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영상 속 남성의 표현부터 꼼꼼히 살폈습니다.

[김 모 씨/폭행 피의자 : (베트남)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베트남 (음식) 아니라고 했지?]

한국말을 제대로 이해 못 했다는 게 폭행의 명분이었습니다.

[경찰 직원 : (피해 여성은) 아주 간단한 (한국말), 아파요, 잘못했어요, 이 정도는 하는 것 같고요. 피의자가 '한국말 모르면 빨리 배워야지, 여긴 베트남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평소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이주민의 소송을 돕기 위한 통역로봇 사업 예산 1억 원을 심의하던 중 한 의원이 사업이 필요 없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미국 가려면 영어를 배워서 가야 한다, 그러니 한국 오려면 한국어 배워 와야 한다, 사회 지도층마저 이주민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드러낸 겁니다.

피의자인 남편처럼 말입니다.

[김 모 씨/폭력 피의자 : 언어가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까, 감정이 쌓인 건 있는데,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복지 당국이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 이주여성 실태 조사 결과입니다.

가정폭력 유형 중에 한국적 생활방식 강요를 경험한 비율, 응답자의 41.3%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모국에 대한 모욕 경험, 26.4%였습니다.

많은 이주민이 겪는 문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부인을 위해 베트남어 배우려는 생각 왜 안 해봤느냐, 사건의 본질은 다른 문화 차별하는 우리 인식이다, 이런 반응 꽤 많았습니다.

2008년, 미국 여자프로골프, LPGA에서 영어 인터뷰 못 하면 출전 금지 시키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분개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문화,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뜻하죠.

이번 사건은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CG : 최진회,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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