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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보경찰, 황교안號와 문재인 정부

[취재파일] 정보경찰, 황교안號와 문재인 정부
-2016년 1월 12일 정보경찰 문건
분석 : 공천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특히 대구 수성갑(김부겸 후보) 동구을(유승민 후보) 등의 선거결과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 후보자의 지역 발전에 대한 영향력에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상황
제안 : 대구는 지하철 참사 13주기 시 대통령님 메시지 전달을 검토. 경북은 포항제철소 화력발전 설비 교체 투자 시 수익성 개선 및 고용 효과 등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 검토. 특히 영남권 신공항 예비 타당성 조사결과 발표가 논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추진 전략 등도 준비해야.

-2016년 1월 26일 정보경찰 문건
분석 : (서울) 서울역 고가공원 공사에 노숙인 고용, 4.16 가족협의회 사단법인 등록 등을 두고,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과도한 대권 행보라는 시각이 확산. (경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었고, 성남시 청년배당과 관련하여 이재명 시장이 수세에 몰린 국면
제안: 야권 포퓰리즘에는 여당을 통해 '선별적 복지' 프레임을 강조해 대응. 보수언론을 통해 야당 지방의원 등의 부적절한 행태 부각해야.


정보경찰이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작성한 문건들입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 정보경찰이 왜 청와대를 위한 정보 수집과 보고를 하게 됐을까요. 정보경찰에 대해 네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분량이 긴 관계로 관심 있는 질문 부분만 골라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① '황교안호' 한국당은 정보경찰에서 자유로울까?
② 정보경찰은 왜 청와대를 바라볼까?
③ "청와대 지시 따랐을 뿐" 경찰은 피해자일까?
④ 문재인 정부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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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불법 정치개입 황교안 대표 논란
① '황교안號' 한국당은 정보경찰에서 자유로울까?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총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60~70명 되는 '친박 후보 리스트'를 넘겨받은 지역 정보경찰들은 친박 후보의 당선을 위한 밑바닥 민심을 수집해 보고했습니다. 지역 정보경찰과 각 부처를 출입하는 정보경찰로부터 정보를 보고 받은 경찰청 정보국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석수를 예상하는 등 전국의 선거 판세를 분석했습니다. 경찰청 정보국이 청와대의 지시를 전달받는 컨트롤 타워가 됐고, 지역의 정보경찰을 통해 수집된 선거 정보를 보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선거 컨설팅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정보경찰의 지역 여론 수집, 판세 분석 문건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이 정도의 밑바닥 정보를 수집하는 건 비용으로 추산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총선 때 정보경찰이 청와대를 위한 선거컨설팅 업체 혹은 지역 선거사무소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입니다.
▶ [단독] "사실상 '친박 후보' 선거 컨설팅"…정보경찰의 민낯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정보경찰이 만든 불법적인 정치개입 문건이 청와대뿐 아니라 총리실에도 보고됐다고 적시됐습니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무총리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만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경찰, '친박 정책자료' 총리실에도 보고…黃 '의혹 부인'

'정책자료'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정보경찰의 총선 및 정치개입 문건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각 수석실, 그리고 총리실에 보고됐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정보 수집을 지시한 정무수석실과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모든 정책자료 문건을 보고 받습니다. 청와대 각 수석실은 소관 업무와 관련된 정책자료만 보고받는데, 민정수석실과 총리실의 경우에는 정책자료의 80~90%가량을 보고받습니다. 검찰은 정보경찰들의 진술 등을 통해 문건의 배포선을 확인했는데, 2016년 총선 당시 총리실에도 대부분의 문건이 보고됐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SBS의 취재에 황교안 대표 측은 "그런 내용의 보고서를 본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정보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한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정보를 수집한 경찰청 정보국에 집중돼 총리실에 관해서는 수사가 진행된 바 없습니다.

한편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함께 정보경찰의 정치개입을 주도한 피의자로 지목돼 기소된 인물 중에는 이재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있습니다. 이재성 전 선임행정관은 당시 현기환 정무수석의 지시를 받아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경찰의 정보 수집을 요구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전 선임행정관은 현재 자유한국당 기획조정국장으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체제에서 핵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황교안 대표의 보좌역을 맡은 이 모 씨 또한 2016년 총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및 정보경찰의 선거 개입을 주도한 정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바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들 중 정보경찰 '총선·정치개입'의 직접 수사대상이 된 건 이재성 당 기조국장뿐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불법 정치개입에 관련된 문건을 보고받았더라도 직접 추가로 지시를 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은 사실상 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이끄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정보경찰의 불법 선거 개입의 윤리적, 정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입니다.
경찰청 · 청와대
② 정보경찰은 왜 청와대를 바라볼까?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보경찰이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청와대와 여당의 선거를 위한 맞춤형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했을까요. 답은 인사 평가와 승진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현재 지역의 일선 경찰서에는 3200여 명의 정보경찰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세혈관처럼 지역 곳곳에 퍼져 정보를 수집하는 눈과 귀가 됩니다. 또한 경찰청 정보국 산하에 3개 분실에는 40명의 정보 담당 외근 경찰관(IO, Intelligence Officer)이 있는데 이들은 국회나 정부 부처, 금융기관 등을 담당하면서 동향 정보를 수집합니다.

경찰청 정보2과는 일선 정보경찰이 올리는 정책정보를 취합해 청와대에 올릴 보고서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경찰 간부후보생 출신 에이스를 뽑아 정보2과 분석관에 앉히는데, 이들 분석관은 전국에서 올라오는 정보보고를 검증하고 취합해 보고서를 만듭니다. 필요한 주제가 있을 경우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 특정 정보요구)를 일선 정보경찰들에게 보내 정보를 취합하기도 합니다.

청와대에 올라가는 보고서는 크게 'A보고'와 '정책자료'로 나뉩니다. A보고는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정보 문건으로 경찰청 정보2과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만 취합해 일주일에 1회 보고됩니다. A보고에 포함되는 정보를 수집해 올린 일선 정보경찰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승진 기회가 높아집니다. A보고는 경찰청 정보2과에서 작성해 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은 뒤 청와대 1부속실로 바로 전달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됩니다.

A보고 외에 '정책자료'는 매일 5~8개 주제로 작성되는 문건인데, 각 청와대 수석실과 총리실에 보고됩니다. 정보2과의 분석관과 일선 정보경찰들은, 올리는 보고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유용할 정보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고 인사와 승진에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선의 정보경찰 뿐 아니라 고위 정보경찰들도 청와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인사와 승진은 청와대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최기문, 조현오, 김기용, 강신명, 이철성 등 2000년대 이후 역대 경찰청장은 정보 라인을 거쳐 간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실제로 이번 정보경찰 정치개입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기호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또한 경찰청 정보국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거치면서 고속 승진했습니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 또한 경찰청 정보국장과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치안비서관)을 거치며 경찰의 최고 고위직까지 올랐습니다.

청와대 눈에 들어야 경찰청장 등에 오를 수 있는 고위급 경찰, 청와대 입맛에 맞는 맞춤 정보를 올려야 인사와 승진의 혜택을 받는 일선 정보경찰. 이런 구조 아래서 청와대와 정보경찰의 공생이 이뤄져 왔습니다.
정보경찰
③ "청와대 지시 따랐을 뿐" 경찰은 피해자일까?

정보경찰 건으로 최근 기소된 경찰 고위 간부는 SBS와의 통화에서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 또한 "부하들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가 불법 정치개입을 지시해 직권남용을 했고, 경찰은 직권남용의 피해자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경찰 자체 수사팀은 정보경찰 건을 수사한 끝에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과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있던 경찰관만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청와대가 가해자, 경찰은 피해자"라는 피의자들의 프레임과 맞닿아있습니다. 검찰은 6월 말까지 경찰 수사팀에 보완 수사를 하라고 지휘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뿐 아니라 경찰 관련자들의 혐의도 살펴보라는 취지입니다. 7월 초인 현재까지 경찰 수사팀은 감감무소식인 상황입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 공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청와대와 장관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걸 자조하는 말입니다. 정보경찰 정치개입 사건에서 일선 정보경찰들은 이런 핑계를 댈 수 있습니다. 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국장 등 까마득한 윗선의 지시에 따르고, 승진 점수를 받기 위해 정보 수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일 겁니다. 다만 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등 고위직에 있던 경찰의 경우 이런 변명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정치적인 판단을 하고 불법적인 지시를 하면서, 일선 정보경찰들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범죄정보가 아닌 선거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신명 전 청장 등 경찰 정치개입 피의자들은 "이전 정권에서부터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랜 관행이어서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논리로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주장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일벌백계해 그 관행을 끊어내지 않으면, 경찰의 불법 정치개입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거라는 말로 읽히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④ 문재인 정부는 다를까?

적폐 청산을 내걸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다를까요. 실제로 이번 정부 들어 검찰에서는 범죄정보 수집기능을 폐지했고,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업무를 중지하는 개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보경찰 의존도는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실에서 입수한 경찰청의 '정보2과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정보경찰은 2년간 4천 건의 인사검증을 진행했습니다. 문건에는 "국정원 국내정보가 폐지되며 경찰청이 사실상 '유일한 검증기관'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BH에서도 양적,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써있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조국 민정수석이 발표한 청와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가 있던 경찰 출신 행정관 2명이 초안을 짠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정보경찰이 짜낸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 때 정권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경찰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번 정부도 정보경찰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가 얼마나 정보경찰에 의존하고 있는 지는 계량화할 수 없고, 공개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아서 정확한 평가는 어렵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판단할 뿐입니다.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수사가 있은 뒤 정부는 개혁안을 냈습니다. 2019년 5월에 경찰개혁 관련 당정청 협의에서는 "정보경찰 통제시스템을 확립해 정치 관여와 불법사찰을 원천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개혁의 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당정청의 경찰 개혁안에 대해 "정보경찰을 폐지하거나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정보수집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법 등에 정치개입 금지와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정도로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보경찰의 정치개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면 불법적인 활동이 사라질까요. 2016년 총선 정치개입이 이뤄질 당시는 이미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로 공무원의 선거관여가 강하게 처벌받도록 변화된 후였습니다.(2014년 2월,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 개정) 정보경찰이 청와대와 공생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처벌 강화만으로는 정치개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힘듭니다.

참여연대는 당정청 개혁안에 대해 "사실상 정보경찰을 존치시키는 방안으로 경찰 자체 개혁위의 권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 "정권차원의 경찰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정보경찰은 "정보경찰이 문제 되면서 최근 들어 세평 수집을 자제시키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선거가 가까워지거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다급해지면 다시 정보 수집을 요구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수사기관 개혁에 대한 법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경찰에 대한 부분은 중심적으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수사기관 개혁이 시한부로 반드시 이뤄지는 만큼 정보경찰이 정권과 유착되지 않고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권과 정보경찰의 오랜 공생을 이번 기회로 끊어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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