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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상식적으로 이해 안 돼"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이재익 PD
(김성준 앵커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대신 진행을 맡았습니다.)
■ 방송일시 : 2019년 7월 4일 (목)
■ 대담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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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韓 가해자-日 피해자' 프레임 만들려 해
- 보호무역주의 반대하던 아베…日이야말로 약속 안 지켜
- 반도체 수출 규제 정책에 日 경제전문가도 '우려'
- 美, 적절한 시점에 반드시 개입할 것


▷ 이재익 PD/진행자:

며칠 전, 이번 달 1일이죠. 일본에서 반도체 핵심소재에 관한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당연히 정면 겨냥한 이야기였습니다. 규제 조치가 오늘부터 시행이 됐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 어제 아베 총리가 사실상 본인 입으로 보복 조치 맞는다고 인정했습니다. 왜 이런 조치를 했고, 이런 말을 하고. 또 일본 내에 얼마 안 있으면 21일에 참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성은 무엇인지, 왜 이러는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네. 안녕하세요.

▷ 이재익 PD/진행자:

최근 소식부터 먼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어제 아베 총리가 일본 기자 클럽이 주최했던 당수공개토론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것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가지고 당연한 판단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는데,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보복 조치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죠?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맞습니다. 사실은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한국이 신뢰를 지키지 않았다, 양국 관계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이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했는데. 작년 10월 말에 있었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일본 측이 억지로 요구하는 국내 대책을 취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일본이 만족할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결과로서 나온 조치라고 봅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지금 발언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계속 거슬려요. 우리 대한민국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고, 우리가 무언가 먼저 잘못하고 어겨서 너희가 이랬으니 우리가 이렇게 한다. 이런 식으로 자꾸 분위기를 몰고 가는데.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적인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우방국 아닙니까?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맞습니다. 사실은 말이 지나친 면이 있는데. 일단 일본 측 요구 또는 주장대로 한다면 1965년에 한일 간의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끝났는데 왜 지금 와서 또 다시 개인 청구권을 제시해서 1인당 1억 원이라는, 말하자면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현금화 시키고 처분하려고 하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사실 조금 어폐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개인 청구권에 대해서는. 국가 간의 외교 보호권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쌍방 간에 완료된 것이지만.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었고, 일본 정부도 작년에 두세 차례 확인을 했었고. 또 작년에 고노 타로 외무대신도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일본 기업이 보상하면 되는데. 일본 측은 65년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개인 보상은 안 된다는 것이 일본 측의 입장이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지금까지 일본이 가해자, 한국은 피해자 이렇게 오며 역사적인 문제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가 다뤄져 왔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의 속셈이라는 것은 뭐냐면 이번 계기로 국제 분쟁을 시키면서 이런 국제법을 지키는 일본,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라는 가해자-피해자 프레임을 전환하는. 쉽게 말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그리고 그 근거를 만들고 싶은. 그런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분석에는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잘 알겠습니다. 일본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지금 조치가 되면 사실 우리도 물건을 불편하게 받게 되겠지만, 수출하는 일본 기업 쪽에서도 피해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일본 재계와 전문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벌써 일본 아사히신문이나 일본경제신문에서 이 조치는 부당하다. 왜 역사 문제를, 사실 본인이 선언한 것이거든요. 불과 지난주입니다. 그게 오사카 G20 서밋에서 아베 수상 본인이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자유롭고 열린 개방된 국제무역사회. 본인 입으로 말한 겁니다. 그것을 가지고 지난주에 끝나자마자 지금 와서 이번 주 월요일에 들어 오늘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보호무역에 바로 해당되는 가장 기본적인 사례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조금 일본 측이야말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주에 얘기한 것을 본인이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까먹고 나서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까마귀 고기, 오랜만에 듣는 표현입니다.(웃음) 우리 대응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오늘 다른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기는 했는데. 홍남기 부총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도 일본에 대해서 맞규제 조치 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부드럽게 돌려 얘기하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도 보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만약 이렇게 보복이 이뤄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경제 전쟁하는 겁니까?
일본, 대한민국 수출규제 시작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사실 자칫 무역 분쟁이 될 수 있는데요. 아까 제가 말씀을 안 드렸는데. 일본 내에서는 그러다 보니까 일본경제신문이나 아사히신문에서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일본 경단련,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곳인데. 그 다음 일본경제동우회 같은 곳에서 상당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일본에게 굉장히 큰 시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한일 양 쌍방 간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특히 한일 양국의 반도체 생산이나 유통이 글로벌 체인으로 엮여 있어서. 만약 일본이 부품을 안 주면 우리가 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 전형적인 미국의 애플 같은 회사에서 컴퓨터라든지 휴대폰을 만드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우리도 손해지만 일본도 적지 않게 손해입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일본 외교가 이런 식으로 야비하게 역사 문제를 통상 문제로 전환시켜 상대방을 위협하는, 공갈하는 행위는 일본 외교사에서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봅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알겠습니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도 우리 언론에서 분석하는 바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시비 거는 게 얼마 안 있으면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상황을 가져가고 싶어하는 아베의 정무적 판단이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는데요. 지금 선거 전망이 어떻게 됩니까?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선거 전망은 지금은 사실 생각보다는 참패할 것으로 봅니다. 여기저기서 전망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아마 여당의 참의원 의석수가 20석 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내부 지지층을 결속해야 하는데. 오늘부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행되지 않습니까? 오늘이 참의원 선거 고시일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맞춰서 이런 것을 한 거예요.

▷ 이재익 PD/진행자:

굉장히 능숙하게 맞물려놨군요.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아주 맞물리게 해놓아서 이것을 하나의 쟁점화를 시키는 겁니다. 지금 일본 내에서는 중국과는 작년부터 화해 무드여서 중국 때리기는 할 수 없거든요. 영토 문제, 센카쿠 문제는 잠깐 보류했고. 그리고 북한 때리기는 작년까지 그렇게 북한을 불량국가, 실패국가라고 하면서 때리다가 올해 들어서 갑자기 태도 바꿔서 북한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납치자 문제 선결 없이 언제든 정상회담 할 수 있다, 하자. 이렇게 바로. 심지어는 작년까지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연한 성격을 가진 지도자라고 높이 치켜세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 때리기도 할 수 없고. 그리고 남은 것은 한국 때리기를 통해서 국내 지지율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일본 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통계를 보게 되면 작년까지만 해도 중의원 총선거에서 북한 때리기 가지고 재미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인기 떨어지면 한국 때리기, 중국 때리기, 북한 때리기 해서 지지율 오르는 것은 통계상 의미가 있다고 이미 나온 바 있습니다. 성과가 있다는 거예요.

오히려 일본 측에서 한국에 대해서. 한국이 인기가 떨어지면 자꾸 일본 때리기 가지고 지지율을 올린다고 하는데. 그것은 일본학자가 다 검증했는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얘기이고. 사실 일본 때리기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상륙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여당 지지율이 올라가느냐. 전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한국 때리기를 하면, 북한 때리기를 하면, 중국 때리기를 하면 지지율이 약간씩 올라가는. 그런 것은 확실히 통계가 의미가 있다고 나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주변국 관계, 가장 중요한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한국을 이런 식으로 정치적, 외교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일본 정치외교의 하나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쭤볼 질문이 있는데. 저희 패널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지금 이거 WTO로 가서는 답이 안 나오고 결국 트럼프가 손을 뻗어서 해결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런 의견 어떻게 보십니까?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맞습니다. 지금 GATT 11조에 위반사항인데. WTO에 제소하면 빨라야 1심이 6개월부터 시작해서 거의 1년 지나야 나옵니다. 그리고 피소하면 일본은 다시 또 상소하면 되니까 2~3년 지나야 되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한일 갈등이 있을 경우에 미국은 항상 개입했거든요. 지금 약간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지난주부터. 그런 면에서는 아마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오르게 되면 저는 100%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양쪽을 보고 있고,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 연대가 흐트러지게 되면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게 미국이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미국이 반드시 개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 자체는 하나의 중요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봅니다.

▷ 이재익 PD/진행자: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와 얘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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