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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日 경제보복에 '삼성 · SK' 비상…타격 어느 정도?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에 당장 큰 타격을 입을 거다", "아니다. 그 정도는 또 아니다" 말들이 서로 다른데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기자>

일단 이 사건 자체는 우리 IT산업에 작지 않은 문제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뉴스는 맞습니다. 그런데 이 여름이 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 있는 일은 맞는데요, 일본 발등도 성하기 힘든 조치기 때문에 장기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품목이 세 가지이죠. 지금 보시는 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인데요, 저기 얹어져 있는 원반 같은 물건, 웨이퍼를 가공하고 잘라서 우리가 아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겁니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초기 과정 전에 지금 액체 상태로 위에 뿌려서 골고루 바르고 있는 물질 있죠.

저게 반도체 공정의 핵심 물질 중 하나인 감광액이라는 겁니다. 일본이 저 감광액 재료의 전 세계 공급량 90%를 만듭니다.

그리고 웨이퍼를 씻고 정밀하게 깎는 데 이용하는 가스, 불화수소도 일본에서 45%를 수입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는 고품질 제품은 거의 일본 제품입니다.

또 지금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폴드, 휘어지는 화면이 핵심이죠. 이 갤럭시폴드 화면에 쓰려고 했던 투명 폴리이미드란 필름은 100% 일본에서 수입할 예정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했을 때 이 재료들이 다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삼성도 SK도 반도체랑 접는 스마트폰을 못 만듭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한국에 원활하게 공급해 오던 이 제품들을 앞으로는 건건이 일본 당국이 심사를 하고 나서 수출허가를 해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앵커>

우리가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데서 수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인가요?

<기자>

네, 국산업체들도 있고 미국 같은 곳들에서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가 워낙 초정밀성이 요구되는 공정이기 때문에 갑자기 바로 대체품을 투입하기에는 사실상 힘듭니다.

일본 소재들이 성능이나 가격이나 적절해서 우리가 써왔고 공정도 거기 맞춰서 확립해 왔습니다. 이 세 가지 품목의 재고가 두세 달 치 정도는 국내에 쌓여 있습니다. 안심이 되는 양은 아닙니다.

90일 정도 걸리는 심사를 통해서 건건이 수출을 허가하겠다는데, 실제 그 절차를 얼마나 까다롭게 할지, 일본 당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불안한 양입니다.

사실 작년 11월에 일본이 우리나라로 와야 하는 불화수소, 앞에 말씀드린 세 가지 품목 중에서 불화수소의 수출을 이틀 동안 승인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그건 나중에 보니까 단순히 서류 문제였다고는 했는데요, 그때도 기업들이 큰 걱정을 했고요. 정치적인 문제가 뒤에 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올 초부터 간간이 현지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산업부가 상황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일본 극우 성향 신문의 1보 보도에 이어서, 일본 정부 발표가 기습적으로 나온 겁니다.

<앵커>

일본이 정말 정밀하게 조준해서 타격을 해온 느낌인데, 아까 권 기자도 말했듯이 일본도 약간 자해를 한 셈이지 않습니까?

<기자>

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세계 생산량의 50% 이상을 만듭니다. 일본이 내세우고 있는 이 품목 중에서 불화수소는 일본 생산품의 86%를 우리가 삽니다.

한국에만 자기들이 만드는 제품의 100%를 수출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나머지 두 품목도 한국 수출 비중이 높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벌기 때문에 요즘 중국 경제가 어려워서 우리 수출이 어렵듯이, 일본 소재산업은 우리한테 이런 고급 소재들 팔아서 버는 돈이 큽니다.

게다가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내놓을 뚜렷한 명분도 없습니다. 정치적 갈등으로 보복하는 거지, 우리 기업들의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닙니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이달 말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랑 추진하고 있는 개헌을 앞두고 우리한테 이렇게 나오는 모습을 자국 극우세력들한테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 실리를 따졌을 때 일본도 오래 끌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는 분석이 좀 나오는 겁니다.

일본은 당분간 정치 상황에 이용을 해야 하고, 우리도 재고가 두 달 치 정도는 남아 있으니까, 이 여름이 일단 고비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앞으로 상황 계속 보면서 전해드리겠지만요.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공정의 국산화, 그리고 수입 다변화 이참에 꼭 해야 합니다. 반도체 공정 국산화율이 20%밖에 안 되고, 소재는 10%밖에 안 됩니다.

지금 일본이 자기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소재를 골라서, 자기들도 내상을 입더라도 무리한 공격을 하겠다는 건데요, 이번에 위기의식을 갖고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일 또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이번 조치, 기습적이긴 했지만, 전부터 조짐이 보여서 정부도 점검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고 말씀드렸죠.

일본은 준비해서 터뜨렸습니다. 우린 얼마나 파악하고 대비해 온 건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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