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곧 출소, 두려워요"…피해자 신상 노출 여전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9.06.28 21:02 수정 2019.06.29 08: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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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는데, 자신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그대로 전해진 일이 있었습니다. 법원이 가해자에게 보낸 판결문에 피해자의 집 주소가 그대로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지난해 보도한 뒤에 국민 청원도 올라오고 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희가 만났던 성범죄 피해자는 자신이 사는 곳을 알고 있는 가해자가 곧 출소한다는 사실이 너무 두렵다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김기태 기자입니다.

<기자>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성폭행 피해 여성은 요즘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징역 4년의 형기를 채우고 40여 일 뒤면 출소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주소가 노출된 집에 살고 있습니다.

[피해자 : 확 와 닿는 거예요. 출소라는 것 자체가… 제가 압박을 받는 순간부터 공황장애가 심하게 나타나고 약도 거의 두 배로 늘리고….]

지난해 보도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법원을 막아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 25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법원에 자체적인 개선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김형연/前 청와대 법무비서관 (지난해 11월 청원 답변) : 법무부도 가해자에게는 익명 판결문을 제공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도 기존 제도에 보완할 점이 있는지 살펴볼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의 경우 판결을 받는 당사자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정보 노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피해자들이 소장을 제출할 때 주소를 가릴 수 있도록 법원이 나서 피해자들을 배려하는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권리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주소가 노출되면 어느 피해자가 그걸 감당하려고 하겠어요.]

법원이 규정만 따지고 국회가 제 할 일을 미루는 사이 성범죄 피해자들은 2차 피해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홍종수,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