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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히말라야 빙하, 2000년 이후 2배나 빨리 사라지고 있다

8천 m를 넘어서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를 흔히 '제3의 극지'라고 부른다. 남극과 북극에 이어 지구 상에서 3번째 극지라는 뜻으로, 스위스 산악인 권터 오스카 디렌푸르트(Günter Oskar Dyhrenfurth)가 그의 저서 '제3의 극지로(To the third pole)'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제3의 극지인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는 현재 약 6천억 톤의 빙하가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양강 댐이 가득 찼을 때의 저수량이 29억 톤인 점을 고려하면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는 소양강 댐과 같은 대형 댐 200여 개가 6천억 톤의 물을 빙하 형태로 저장하고 있는 셈이다. 소양감 댐이 한강 유역에 막대한 양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히말라야 빙하 역시 인도와 중국, 네팔, 부탄 등 주변 국가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다.

히말라야 고산 지대를 덮고 있는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빙하가 2000년 이전보다 2배나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유타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최근 비밀에서 해제된 히말라야 고산 지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했다(Maurer et al., 2019). 위성사진은 냉전 시대 미국의 스파이 위성(KH-9 Hexagon)과 최근의 스테레오 위성(Aster)이 촬영한 것으로 촬영 지역은 인도와 중국, 네팔, 부탄 등에 걸쳐 있는 2천 km에 이르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다. 연구팀은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를 산출하기 위해 고산 지대에 있는 650개의 빙하를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00~2016년까지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는 2000년 이전(1975~2000년)보다 2배나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975~2000년에는 빙하 높이가 연평균 22cm씩 낮아진 반면 2000~2016년에는 빙하 높이가 매년 평균 43cm씩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히말라야 네팔 창리 눕 빙하(Changri Nup Glacier). 사진 왼쪽 뒤 빙하로 덮여 있는 산이 히말라야 산맥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다. 사진 앞부분에는 빙하가 사라지면서 바위와 돌 부스러기가 드러난 모습이 보인다(자료: 컬럼비아대학교 ⓒJousha Maurer)
고도가 높은 지역보다는 고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예를 들어 2000년 이후의 경우(붉은색) 6천 m 고도에서는 빙하 높이가 연평균 0.2m 정도씩 낮아졌지만 5천 m 고도에서는 연평균 0.8m나 낮아졌고, 4천 m 고도에서는 연평균 1.3m 정도나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거의 대부분 고도에서 2000년 이전(1975~2000년, 푸른색)보다 2000년 이후에 빙하 높이가 빠르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도가 낮은 일부 지역에서는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빙하 높이가 1년에 최고 5m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에 따른 연평균 빙하 높이 변화(자료: Maurer et al., 2019)
전체적으로 볼 때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는 매년 80억 톤의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소양강 댐 총저수량의 3배 정도에 해당하는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 빙하가 2000년 이후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은 최근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 기온이 원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실제로 2000~2016년 히말라야 고산 지대 기온은 1975~2000년 기온에 비해 평균 1℃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최근 여름 몬순이 약해지거나 눈이 적게 내리면서 빙하가 예전보다 적게 만들어지고, 화석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검댕(soot)이 빙하에 쌓이면서 빙하 높이가 빠르게 낮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기온 상승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똑같은 빙하가 녹고 있지만 히말라야 빙하가 미치는 영향은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가 미치는 영향과는 크게 다르다.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지만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주변 인도나 중국, 네팔, 부탄 지역은 수자원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자원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까지 발생하는 등 지금 당장은 수자원이 예전보다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에는 빙하가 사라지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수십 년 이내에 수자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내려오는 물에 일정 부분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은 8억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100년까지는 히말라야 빙하의 2/3가 사라질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히말라야 부근 지역에서만 적어도 8억 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삶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들이 겪게 될 고통의 크기는 전적으로 우리 인류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J. M. Maurer, J. M. Schaefer, S Rupper, A Corley, Acceleration of ice loss across the Himalayas over the past 40 years. Science Advances, 5, eaav7266 (2019). DOI: 10.1126/sciadv.aav7266

* Columbia University, Melting of Himalayan Glaciers Has Doubled in Recent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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