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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마 늦어진다…원인은 북극 찬 공기

[취재파일] 장마 늦어진다…원인은 북극 찬 공기
또 한 차례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지나갔다. 오는 금요일(21일)과 토요일(22일) 걸쳐 전국 대부분 지방에 또 한 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비가 내리고 있지만, 요즘 내리고 있는 비는 장맛비는 아니다.

기상청은 일반적인 저기압에 의한 비가 아니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고 있다. 장마전선은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뿐 아니라 열대 몬순과 대륙성 기단, 극기단 등 여러 공기 덩어리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기상청 분석 자료를 보면 6월 19일 현재 장마전선은 일본열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규슈 남부지역부터 장맛비가 내리면서 일본은 이미 장마(일본은 장마를 바이우[梅雨, Baiu]라 부른다)가 시작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여름 장마는 6월 19~20일 제주도부터 시작돼,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에도 6월 24~25일쯤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평년의 경우를 생각하면 오늘(19일)쯤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비는 이어지고 있지만, 장마전선이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어 장마전선에 의해 내린 비는 아직 없다. 아직 장마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장마는 언제쯤 시작될까?

기상청의 10일 예보를 보면 우선 이번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대부분 지방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그러나 이번 비도 장마전선에 의한 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오는 29일까지는 이렇다 할 비 예보가 들어 있지 않다. 장마가 평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장마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장마는 언제쯤 시작될까?

● 북상하지 못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원인은 북극 찬 공기

장마 시작이 늦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만큼 북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위 20도 부근 필리핀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평년보다 북상하지 못했고 우리나라가 있는 북쪽보다는 중국이 있는 서쪽으로 조금 치우쳐 확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경계면이 장마전선인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이 제때에 북상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장마 시작이 늦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한반도 상공에 머물고 있는 찬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반도 상공 북동쪽에는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상층 골(trough)이 강하게 발달해 있고 북서쪽에는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상층 능(ridge)이 극지방까지 깊숙하게 발달해 있는데, 이 상층 골과 상층 능이 극지방의 찬 공기를 지속적으로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 지역으로 끌어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상공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찬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 보니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북 방향이 아니라 동서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아래 그림 참조).
한반도 주변 바람(6월19일, 상공 5.5㎞, 자료: earth.nullschool.net)
● 찬 공기의 근본 원인은 북극 고온 현상

한반도 상공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우리나라 일평균 기온은 지난 6월 6일 이후 현재까지 예년 이맘때보다 낮은 상황이다. 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6월 전국 일평균 기온(자료: 기상청)
특히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가 머무는 상황에서 대류권 하층으로 덥고 습한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어오면 대기 불안정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어제부터 곳곳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린 이유다.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기 시작한 것은 조금 멀리 보면 5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수인 극진동지수(AO index; Arctic Oscillation index)를 보면 지난 5월 초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음(-)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극진동지수(자료: 미국 기상청 기후예측센터(CPC NCEP))
극진동지수가 음(-)의 상태라는 것은 북반구 상공의 공기 흐름이 동서방향으로 빠르게 흐르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극지방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 방향의 공기 흐름이 강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반도 주변 상황이 바로 이렇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제 때 북상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장마 시작도 늦어지고 대신 저온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학계는 최근 북극의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중위 지역으로 내려오는 근본적인 원인을 북극의 고온현상에서 찾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북국의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찬 공기를 북극에 가둬 놓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라는 둑이 터지면서 곳곳에서 중위도 지역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북극 상공의 기온을 보면 평년보다 3도에서 크게는 6도 이상이나 높다(아래 그림 참조).
2019년 5월 북극 기온 편차(자료: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 장마 시작은 언제?…혹시 장마전선이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을까?

올여름 장마는 언제쯤 시작될까?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찬 공기는 언제쯤 물러갈까? 우선 기상청의 10일 예보를 보면 오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또 한 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내리는 비도 장맛비는 아닌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장마전선이 북상해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가 머무는 상태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대기 불안정이 커져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르면 오는 26일과 27일쯤 찬 공기의 세력이 조금 약해지는 틈을 타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남해안지방부터 장맛비를 뿌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은 그러나 27일 이후에는 장마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 지방과 남부 지방의 본격적인 장맛비는 7월에나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후 올 여름 장마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찬 공기의 세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북상할 경우 한반도 상공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상하는 덥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73년 이후 장마가 가장 늦게 시작된 해는 중부지방의 경우 1982년으로 7월 10일 첫 장맛비가 내렸다. 남부지방의 경우 장마가 가장 늦게 시작된 해는 1992년으로 7월 9일 장마가 시작됐다.

<취재 협조>
* 예상욱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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