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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경찰의 체포법…나도 당할 수 있는 차별

[취재파일] 미국 경찰의 체포법…나도 당할 수 있는 차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흑인 가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들이 보인 태도 때문에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공교로운 일일 수 있으나 경찰은 모두 백인, 체포되는 사람들은 모두 흑인입니다.

피부에 색깔이 있기는 마찬가지인 우리 국민들도 미국에 가면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8시 뉴스에 기사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방송에선 다룰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당시 상황을 그대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자막이 있는 영상을 먼저 공유합니다.
아래 영상은 지역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원본입니다. 같은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 촬영한 것입니다.

▶ 멕 오코너 기자 트위터 원본 영상 ①
▶ 멕 오코너 기자 트위터 원본 영상 ②

우리 귀에도 익숙한 F로 시작하는 영어 욕설이 거의 모든 문장에 등장합니다. 욕설을 하는 당사자는 대부분 경찰입니다.

그런 험악한 대접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4살, 1살 어린딸을 둘이나 데리고 있는 젊은 흑인 여성입니다. 당장 발사할 수 있는 권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그런 험악한 욕설을 어린아이 둘 앞에서 들으며 체포되는 젊은 엄마의 심정이 어떨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번역이 따로 필요 없겠지만 주요워딩은 다음과 같습니다.

[XX 손들어. 너 XX 귀머거리야? 너 XX 총 맞는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XX.]

여성이 그러지 말라고, 아직 걷지도 못 하는 아이를 안고 있어 손을 들 수 없다고 애원하지만 경찰의 대답은 "I don't give a shit"(XX 상관 안 해)입니다.
남성이 수갑이 채워져 경찰에 의해 제압당한 가운데 약혼녀가 두 아이를 데리고 차 밖으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미 이 여성의 약혼남도 바닥에 눞혀 수갑을 채운상태입니다.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경찰은 이 남성을 경찰차에 붙여 세운뒤 다리를 걷어 찹니다.

체포된 가족이 받은 혐의는 4살난 딸이 인형을 훔쳤다는 것이었습니다. 4살이면 계산에 대한 개념이 없어, 그냥 들고 나올 수도 있는 나이라는 사실을 미국 경찰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총을 든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때는 언제든 총알이 날아올 수 있는 만큼 몸을 피하는게 본능인데, 오히려 주변에서 보던 사람들은 경찰을 말리기도 하고 아이를 받아주겠다며 흑인 가족을 돕고 나섭니다. 영상도 이 주변 분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해 공개한 것입니다.

이 영상이 공개되고 파문이 일자 경찰은 "그녀가 무기를 찾을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이가 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에서 경찰이 자신들이 총에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경찰서장에게 한 기자가 "시민들이 경찰이 너무 무섭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서장이 "저는 그런 시민들이 정말 무섭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미국 경찰이 업무 매뉴얼에 대놓고 쓰지 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용의자에게 총을 쏠 때 총을 맞은 용의자가 반항 사격을 할 수 없도록 한발이 아니라 여러 발을 한꺼번에 쏘라고 가르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찰의 두려움이 백인이 아니라 유색인종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피해당사자인 흑인 가족은 피닉스시와 경찰서를 상대로 1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19억 원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가족이 배상금을 가능한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멕 오코너 기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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