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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T링커스① - "9년 동안 휴가는 하루"…연차수당 요구했더니 해고

[취재파일] KT링커스① - "9년 동안 휴가는 하루"…연차수당 요구했더니 해고
▶ 9년 일하며 휴가는 딱 하루…연차수당 요구하니 '전원 해고' (2019.06.04 SBS 8시 뉴스)

몇 년 동안 휴가도 없이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면 어떨까요. 휴가를 쓰지 못하게 해서 그럼 연차 수당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아예 나가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KT의 자회사 KT링커스입니다. 회사에서는 이들이 개인사업자여서 계약을 해지했을 뿐이라는데, 맞는 말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조 씨는 지난 2010년 KT의 '모바일 서포터'로 일했습니다. 고객에게서 고장 난 휴대전화를 받아 수리를 맡긴 뒤 가져다주는 일입니다. 방문서비스와 대리점 사후관리, '그린폰' 회수, 임대폰 제공과 수거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개인 사업자로 용역 계약을 맺었고, 월급도 많지 않았지만 열심히 일했습니다. 군대 제대 후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 첫 직장이었습니다. 부모님도 KT라는 말에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개인 사업자로 계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였습니다. 회사는 업무용 개인휴대정보단말기를 지급했고, '케이티링커스 물류사업팀'이라는 인터넷카페, 단체대화방, 전자우편 등으로 업무 일정과 방법 등을 전달했습니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는 물론 업무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불시 복장 점검이라도 있는 날엔 하던 일을 멈추고 전신사진을 찍어 보내야했습니다. 차량 대여도 회사에서 지정한 업체만 이용해야 했다고 합니다. 차량 대여비 40여만 원은 기본 용역비에서 내야했습니다.

● "고객 폭언에도 회사는 무조건 사과해라"

'모바일 서포터'로 근무한 최 씨도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휴대전화가 파손된 고객이 자기 아내의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전화를 걸었더니, VIP라는 고객 아내는 수행하기 힘든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예약된 스케줄에 따라 방문해서 폰을 회수하는 게 원칙인데, VIP 고객은 예약도 없이 당장 방문해 파손된 폰을 가져가라고 요구했습니다. 거절했더니, 고성과 폭언이 이어졌습니다. "똥 밟았다", "이거 진짜 또라이네" 등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민원을 넣었습니다. 회사는 오히려 최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최 씨는 거절했습니다. 사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최 씨 때문에 주변 동료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며 회사는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최 씨는 욕설을 내뱉는 고객 아내를 향해 몇 번이나 사과했습니다.

● "2, 3일은 안 돼"…9년에 하루 휴가

'모바일 서포터'들은 휴가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습니다. 서포터들이 받은 휴가 안내문에는 주중 2일 이상을 사용할 수 없고, 휴가를 사용하기 전에는 사유와 장소, 대체 근무자를 보고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휴가를 가려면 대체 근무자를 직접 구해야하는 데다 팀장 승인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조 씨는 9년 동안 휴가를 쓴 적이 단 '하루'라고 합니다.

KT링커스 측은 휴가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일정만 알려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차량 대여도 강요한 적 없다며, 대량 대여를 통해 서포터들이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서포터들은 휴가를 쓸 수 없으면 연차수당이라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돌아온 것은 '전원 해고'였습니다.

● 이들은 정말 개인사업자일까?

서포터들은 개인사업자라 주장하는 KT링커스 측,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아왔다는 서포터들. 주장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까요.

고용노동부나 법원은 이런 '근로자성'에 대해서 몇 가지 기준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업무의 내용을 회사가 정하고 취업규칙과 인사 규정 등을 적용받는지, 일을 할 때 사용자가 상당한 정도로 지휘,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등입니다. 또한 근로자가 스스로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고 독립해서 사업을 하는지, 사용자가 주는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것인지 여부도 판단 기준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로 판단해야한다는 겁니다. 즉, 회사 측과 노동을 제공하는 쪽이 맺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사업자 간 계약인지 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정된 옷을 입고, 지정된 시간 동안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해 온 KT링커스의 서포터들. 실질적으로 회사에 종속돼 업무를 해온 이들은 몇 년간 휴가조차 갈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처음 목소리를 냈습니다. 자신들이 근로자니 휴가를 못 가게 할 경우, 연차수당이라도 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였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인 해고였습니다. 결국 서포터들은 마지막 방법으로 노동부에 자신들이 근로자임을 인정해달라며 판단을 요청하게 됩니다.

아래 2편에 계속
▶ [취재파일] KT링커스② - '부당해고' 결론에도 "근로자 인정 못 해"…두 번 울린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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