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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②] 패키지 상품, 시작부터 적자→고객은 '억지로 쇼핑'

"일은 내가, 돈은 하나투어가"…20년 경력 버리고 떠났다

<앵커>

이렇게 현지 여행사에 당연히 줘야 할 돈 주지 않은 것 말고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하나투어가 그나마 줬던 돈도 다시 뜯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한 현지 여행사 대표가 회계 장부까지 공개하면서 저희 취재진에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인데 패키지 관광 가보면 갑자기 없던 일정 생기고 원치 않는 쇼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하나투어에서 10년을 근무한 52살 이 모 씨. 지난 2010년 태국 방콕에 직접 현지 여행사를 차렸습니다.

하나투어로부터 여행객을 받아왔는데 모든 패키지여행 상품은 시작부터 적자였습니다.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입니다.

현지 숙박비와 식사비, 교통비가 원가도 안 되는 금액으로 책정됐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본사에서 들어오는 건 정말 감당 못 할 정도의 적은 금액이 들어오거든요. 남는 행사비를 주는 적은 없으니까.]

이 씨는 평소 꼼꼼하게 작성한 회계 장부를 취재진에 공개했습니다.

지난 5년 6개월 치를 따져봤더니 한 달 평균 664만 밧. 우리 돈으로 매달 2억 5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거예요. 손님을 맞으면 '지상비'가 그만큼 안 들어온다는 거지.]

엄청난 장부상의 적자를 어떻게 메웠을까.

답도 장부에 나와 있습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쇼핑과 선택 관광에 매달린 겁니다.

이 씨는 하나투어가 반강제적으로 돈을 걷어간 사례도 보여줬습니다.

[홈쇼핑 방송 中 : 좀 더 특별한 가격과 혜택으로 기적처럼 찾아옵니다.]

하나투어가 홈쇼핑에 여행상품을 광고할 때 일부는 항상 현지 여행사들의 몫.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하나투어가 협찬하는 비용 일부도 현지 여행사가 떠안아야 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무한도전 팀이 한 번 와서. 그 행사를 하는데 1억 4천만 원인가 행사비가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하나투어는 방송 제작 협찬과 홈쇼핑 모두 현지 여행사와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정기윤/하나투어 홍보실장 : 저희가 무조건 '홈쇼핑해라' 하는 건 아니거든요. 현지에서도 필요성 공감했을 때 같이 하는 거죠. 그걸 통해서 그 지역이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이런 것들을 기대하는 거거든요.]

이 씨의 말은 달랐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불쑥 분담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 모 씨 / 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비용이 이만큼 들어갔으니까 현지 여행사별로 구분해서 분담시키겠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술자리에서. 내가 이때까지 소주를 마시면서 그렇게 쓴 소주는 처음 먹어봤어요.]

못 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삼켰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홈쇼핑은 현지 협력사들이 다 꺼려요. (하나투어가) 미리 얘기는 해요. '하기 싫으신 분 이야기 하세요' 싫다 하잖아요? 팀(여행객)이 다 빠져버려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하나투어 여행박람회도 부스 하나당 몇백만 원씩을 부담하고 참가해야 합니다.

박람회를 할 때마다 술 가져와라, 기념품 가져와라 협찬 항목은 끝이 없었고 5년 동안 5억 넘게 협찬을 한 후에야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나는 벌었다고 했는데 장부 열어보면 돈이 없어요.]

타국 땅에서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에 이 씨는 결국 20년 열정을 바쳤던 여행업계를 떠났습니다.

[이 모 씨/방콕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 : 내가 꼭 서커스단의 곰인 것 같다. 재주는 내가 부리는데 돈은 다 저쪽에서 가져가는 거 아니냐. 이제 이게 바뀌어야지 않을까 싶어요.]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선탁, 화면사용 : 하나투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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