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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국은 미국 편? 중국 편?"…고난도 줄타기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함께합니다. 권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패권 같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번지면서 중간에 낀 우리나라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죠?

<기자>

네, 그리고 지금 뭔가 올 게 왔다. 그런 느낌이 있는 일도 하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처럼 떠오른 기업이 하나 있는데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입니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전 세계에게 이 화웨이를 같이 따돌리자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에게도 여기 동참해 달라고 전달한 게 알려졌죠.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누구 편들래?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하는 압박의 첫 번째 시험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 화웨이가 어떤 기업인지 먼저 말씀을 간단하게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중국의 IT 기술 발전 수준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세계에서 요즘 특허도 제일 많이 내는 기업이고요,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도 삼성 다음으로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동통신의 미래라고 하는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면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랑 연결돼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쓰는 사용자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도 있는 시스템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화웨이 측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지만요. 아직 정말로 화웨이가 정보를 빼돌린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미국 정부의 속내에는 물론 보안 우려도 있겠지만, 미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화웨이가 5G 생태계, 그러니까 미래의 세계 이동통신 환경에서 종주가 되는 걸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의중도 좀 깔려 있습니다. 한번 화웨이가 장악을 하면 영원히 중국이 장악한다는 위기감이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이게 제2의 사드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던데 우리 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죠?

<기자>

네,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화웨이를 이번에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며칠째 계속 세계 유수의 기업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랑 거래를 끊겠다고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화웨이에는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당장 화웨이는 구글이 서비스를 안 해주면 우리도 많이 쓰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게 크게 제한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게 우선인 나라들, 대표적으로는 중국과는 확연히 적대관계인 타이완이나 친미 노선이 뚜렷한 편인 일본, 유럽에서는 미국이랑 가장 보조를 맞추는 편인 영국 같은 나라들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이 속속 미국 요구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랑 거래를 끊거나 줄이고 있는 겁니다. 타이완의 통신사들은 아예 앞으로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은 팔지 않기로 했을 정도입니다. 이제 문제는 우리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앵커>

상당히 머리가 아플 것 같은데 지금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일단 우리 기업들은 "일단은 지금까지처럼 한다"입니다. 미국이 압박의 수위를 더 높이면 또 고민을 해야겠지만, 일단은 화웨이와 전처럼 거래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속속 정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측이 한국에 와서 "너희도 우리 따돌릴 거냐" 주요 거래처들을 두루 돌면서 묻고 갔습니다. 그런데 중단하지 않으니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받아갔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화웨이가 한국 기업들이랑 협력해서 서울에 열기로 한 5G 오픈랩이라는 기술 개발 공간이 있습니다. 개장 예정일이 내일이거든요.

이게 어떻게 될지도 관심거리였는데, 이것도 예정대로 그냥 합니다. 우리 입장은요. 사실 타이완이나 일본 기업들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당장 화웨이 휴대전화가 세계적으로 덜 팔리면 "삼성이나 LG 휴대폰이 대신 더 많이 팔리겠네? 그럼 한국한테는 좋은 일 아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분명 있기는 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량만 보면 반사이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화웨이가 반도체 포함해서 한국산 부품을 작년에만 12조 원어치 사 갔습니다.

삼성, SK하이닉스, LG 같은 기업들의 주 고객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를 사람 몸에 비유한다면요.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 부품,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게 척추쯤에 해당될 겁니다. 화웨이가 허리뼈 5번쯤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 우리 경제전망이 좋지 않잖아요. 그래도 하반기부턴 나아질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은 올 들어 꺾인 세계 반도체 경기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깔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화웨이를 비롯해서 중국이 지금 같은 압박을 계속 받으면 이 기대는 물거품이 됩니다.

수출만 문제가 아닙니다. 단적으로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인 LG유플러스는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타이완처럼 미국, 중국 중에 한 편만 들어도 괜찮은 나라인가, 그렇다기에는 우리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만약 한편을 들기로 결정을 하고 손익계산서를 쓴다면 그야말로 50대50이냐, 51대49냐 중에서 골라야 하는 수준입니다.

앞으로도 미·중이 장기적으로 계속 이렇게 패권 다툼을 어떤 식으로든 벌일 거라는 전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 참 고난이도의 줄타기 코스가 한국 앞에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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