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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욱일기' 금지 요구

[단독][취재파일] 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욱일기' 금지 요구
대한체육회가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욱일기 사용 금지를 공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28일 SBS와 통화에서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전범기인 '욱일기'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도록 일본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각국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은 도쿄에 모여 도쿄올림픽 전반에 걸친 공지 사항을 듣고 여러 가지 사안을 조직위에 문의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간부에게 "공식 국기(일장기) 외에 욱일기 같은 깃발은 일본 선수단은 물론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갖고 들어오거나 응원 도구로 삼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이런 요구 사항을 담은 공식 서한까지 작성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발송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1년 이상 앞두고 대한체육회가 미리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욱일기'를 막을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입니다. 하지만 IOC는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합니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은 철저히 금지하지만 '욱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독일과 유럽에서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욱일기가 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IOC의 주류인 유럽인들이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잔학상을 절감한 것과 달리 일본으로부터는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아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독][취재파일] 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욱일기' 금지 요구 (권종오 기자님 제공)
이런 상황을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를 리 없습니다. 최근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욱일기가 해상자위대의 자위대함기와 육상자위대의 자위대기로서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욱일기'가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전범기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국이 욱일기에 대해 침략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외무성과 방위성이 국제사회에 바른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차관급 인사인 방위성의 야마다 히로시 정무관은 "한국만 자위대기를 전범기라 주장하며 무례한 비판을 하고 있다"며 극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또 50만여 명의 팔로워가 있는 J리그 공식 트위터 계정에 최근 대형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는 깃발 2개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아시안축구연맹(AFC) 리그전 때 '욱일기' 응원으로 AFC로부터 벌금 1만 5천 달러의 징계를 받았던 가와사키 프론탈레 팀 경기 때 팬들이 또 '욱일기'를 흔든 것입니다. 당시 AFC는 축구장에서의 정치적 행위를 금한다며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역사 알리기 활동을 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아직 J리그 관중석에는 욱일기가 종종 등장한다. J리그 측에 트위터에서 전범기 사진을 당장 내리고, 해당 구단에 강력한 징계를 조치하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온·오프라인으로 발송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지금까지 일본 스포츠계에서는 J리그뿐만 아니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 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유니폼 등에 전범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꾸준히 사용해 왔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욱일기' 금지 요구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체육계에서는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개막일인 내년 7월 24일까지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A 씨는 "사실 이 문제는 대한체육회 혼자서 대응할 것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부가 직접 나서 일본 측에 공식 요구를 해야 할 문제이다. 내년 올림픽에서 한국과 일본이 대결할 때 수만 명의 일본 홈 관중이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 내의 '혐한' 분위기와 최악의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외교부가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고, 나선다고 해도 일본 측이 '욱일기' 금지를 통 크게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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