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잡은 버스 기사에게 지인이 범행…"업무 재해 아냐"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9.05.27 10: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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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이라 해도 사적인 이유로 화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보긴 힘들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청구 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로 일한 A씨는 2017년 3월 종착역에 다 와 갈 때쯤 버스에 타고 있던 지인 B씨에게서 큰 화를 당했습니다.

오래전 관계가 틀어진 일로 말다툼을 하다 B씨가 운전대를 잡고 있던 A씨에게 휘발유를 쏟아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체 피부 80%에 화상을 입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B씨는 현존자동차방화치사죄로 징역 25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씨가 저지른 범행은 버스 운전 업무 자체에 내재해 있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가 맞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운전석에 탈출구나 보호벽이 완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결함도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망인의 사망은 망인과 가해자 사이의 사적인 원한 관계에 기인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버스 운행 업무 중 승객에 의한 폭행 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B씨의 범행이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운전석에 탈출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해도 가해자의 방화행위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물 결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운전사와 승객을 완전히 격리하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면 망인이 사망에 이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주에게 B씨의 계획 범행을 예견해 보호 시설을 갖추라고 요구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