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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신형 전술 미사일 5년 전부터 발사…"20발 중 1발만 실패"

[취재파일] 北 신형 전술 미사일 5년 전부터 발사…"20발 중 1발만 실패"
북한이 러시아 단거리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대단히 흡사한 신형 전술 미사일을 쏜 지도 2주가 됐습니다. 군은 아직도 분석 중이라며 탄도 미사일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합니다. 탄도 미사일이 아닌, 다른 유도무기일 가능성은 없지만 군을 지휘하는 정부의 방침이 그러하니 군은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쏜 미사일들의 정체를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기왕에 장기간 분석하겠다고 했으니 철저하게 파헤쳐 볼 필요가 있습니다. 4일과 9일 쏜 북한 미사일은 여러모로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 간 비행거리 200km 대, 정점 고도 50km 대의 신형 미사일을 20발 이상 쐈습니다. 발사 실패는 단 1발이었습니다. 대단히 높은 성공률입니다. 최종적으로 4일과 9일 대대적인 신고식을 했습니다.

탄두의 무게도 핵심 분석 대상이어야 합니다. 미사일 권위자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비행거리가 200km에서 400km까지 편차가 나는 건 탄두 무게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400km 이상 날아간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kg이고, 200km 대로 비행한 미사일의 탄두는 700kg 이상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700kg이면 북한 핵탄두의 최소 무게입니다. 북한이 단거리 전술핵까지 장만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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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부터 발사된 北 신형 전술 미사일

지난 2014년 8월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55분까지 원산 갈마반도에서 발사체 3발이 동해로 날아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일행이 탄 항공기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생긴 일입니다. 북한은 오후 12시 55분과 1시 5분에도 각각 1발씩 모두 5발을 쐈습니다.

200km 이상 날아갔고 정점 고도도 50km 안팎으로 낮은 편이어서 한미 군 당국은 300mm 신형 방사포에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나흘 뒤, 기존 단거리 미사일 KN-02도, 300mm 방사포도 아닌 신형 전술 미사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북한은 틈을 주지 않고 9월 1일 자강도 용림에서 동해상으로 1발, 9월 6일엔 또 갈마반도에서 동해로 3발을 쐈습니다. 200~220km 비행했습니다. 군은 9월 6일 "신형 전술 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라는 분석 결과를 재빨리 내놨습니다.

해를 넘겨, 2015년 2월 8일 오후 4시 20분부터 50분간 원산에서 5발의 발사체가 솟아올랐고 200km 이상 비행했습니다. 군은 역시 "신형 지대지 탄도 미사일"로 규정했습니다. 떴다 하면 실패 없이 200km 이상 꼬박꼬박 날아가는 북한 신형 탄도 미사일의 정체에 대한 한미 두나라 군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한동안 뜸하더니 2017년 8월 26일 새벽 6시 49분쯤 깃대령에서 3발을 또 쐈습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발사체는 250km를 날아갔고 정점 고도는 50km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발사체는 얼마 못 날고 폭발했습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300mm 신형 방사포 같다"고 말했는데 미국이 탄도 미사일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 4일과 9일 수발의 신형 전술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9일엔 미사일을 북한 내륙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날렸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포럼 책임분석관은 "북한이 지난 5년 간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완성했다"며 "발사 방식, 비행 각도, 날개 형태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 이번 발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9일 공개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 (사진=연합뉴스)
● 같은 미사일인데 다양한 사거리…의미는?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240km, 270km, 420km였습니다. 정점 고도는 50km 안팎으로 비슷했습니다. 같은 기종의 미사일이면 비행거리도 비슷하게 나와야 하는데 다양한 거리를 기록했으니 필시 숨은 의미가 있을 겁니다.

발사에 실패했나? 고체연료의 양을 조절했을까? 탄두의 무게를 달리 했나?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비행거리의 차이는 탄두 중량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연료의 양을 조절하는 건 구조적·동학적으로도 발사체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어서 쉽게 손댈 수 없고, 반면 탄두 중량은 어렵지 않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탄두 중량은 500kg 정도로 알려졌는데 200~300kg 늘리면 연료를 많이 소모해서 비행거리가 줄어듭니다. 즉 '탄두 중량 500kg일 때는 400km 이상 비행', '탄두 중량 700kg일 때는 200km 이상 비행'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700kg은 스커드 미사일 핵 탄두의 무게입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고 탄두 중량 700kg인 스커드까지는 핵 미사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군의 관측입니다. 신형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도 비행거리 200km 이상 버전은 전술 핵 미사일로 운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스칸데르는 단거리여서 비행시간도 짧습니다. 4분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탐지·추적·요격을 4분 안에 끝마쳐야 합니다. 지대공 요격 미사일로 잡느냐 못 잡느냐가 아니라, 탐지·추적·요격할 겨를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각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새끼 미사일'이라고 무시하는데, 작지만 강한 미사일입니다. 여당의 싱크탱크는 "미사일 종류 파악이 아니라 의도 해석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는데, 의도와 별도로 미사일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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