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먹고 자란 돼지 11만 마리 이상 유통…'돼지 열병 위험'

김관진 기자 spirit@sbs.co.kr

작성 2019.05.17 01:5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란 돼지가 돼지열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지면서 정부가 처음으로 이런 돼지고기의 유통경로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식당과 마트에 11만 마리 넘게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돼지 사육 농가. 입구에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담긴 드럼통이 잔뜩 놓여있습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악취가 진동합니다.

잔반을 먹여 사육한 돼지는 도축장을 거쳐 공판장 경매를 통해 팔려나갑니다.

[김성환 경매사/음성축산물공판장 : 사료 돼지하고 좋지 못한 먹이를 급여한 돼지를 아무 정보 없이는 그 두 가지를 구분해 내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농식품부 조사결과 잔반 돼지 사육 농가는 전국적으로 250여 곳, 돼지는 11만여 두로 파악됩니다.

절반 가까이는 식당으로 납품되고, 나머지는 소규모 정육점이나 대형마트로 유통됐습니다.

잔반 사육 농가는 사료비가 들기는커녕 음식점에서 폐기물 처리 대가로 톤당 8만원가량을 받으니 안 쓸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사료 관리 규정상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쓸 경우 섭씨 80도에서 30분간 끓여야 하지만, 영세한 농가들은 그대로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한 건 각종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 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뒤 어떤 오염물질이 유입된 지 확인되지 않은 채, 가열처리 없이 일부 밀집사육 농장에 쓰인다는 점입니다.

오염된 음식물 쓰레기 사료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된 원인입니다.

[서정향/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 미가열된 사료를, 잔반을 급여했을 경우에 감염이된다고 하면 국내에서 한 마리라도 발생이 되면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전체 음식 쓰레기의 10% 이상을 돼지 농가가 처리해주고 있어, 전면 금지에는 소극적입니다.

돼지열병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음식물 쓰레기 대책을 수립하고 잔반 사육을 서둘러 금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