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 1장 죗값 '7만 9천 원' 꼴…판사 따라 형량 제각각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작성 2019.05.03 20:47 수정 2019.05.06 22:37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이른바 정준영 단체 대화방 사건을 통해 불법 촬영 범죄가 얼마나 심각하고 또 사회에 얼마나 퍼져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통계를 내 봤더니 불법 촬영 범죄는 10년 사이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범죄 건수는 이렇게 늘었는데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괜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 팀에서 준비한 내용입니다.

김학휘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이 지하철 출입구를 쉴 새 없이 오릅니다.

불법 촬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치마 입은 여성 뒤에 붙어 가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허용국/서울지하철경찰대 수사관 :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이용 촬영죄로 지금 현행범 체포합니다.]

휴대전화에는 방금 찍은 동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을 찍은 동영상도 저장돼 있습니다.

[불법 촬영 혐의 피의자 : 진짜 호기심 때문에. 다른 데 올리거나 그런 건 아닌데 진짜 혼자 궁금해가지고…]

2014년부터 해마다 5천 명 이상이 '불법 촬영'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그렇다면 불법 촬영범들은 어떤 처벌을 받아왔을까?

불법 촬영이나 유포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서울 지역 5개 법원에서 1심 판결을 받은 432건을 전수 분석해보니, 벌금형 선고가 47%로 가장 많고 집행유예는 41%, 실형은 10%에 그쳤습니다.

실형 평균은 9.8개월로 1년이 안 됐습니다.

벌금액을 불법 촬영 횟수로 나눠보니 불법 촬영물 1장의 죗값은 평균 7만 9천 원 꼴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158명의 다리 부위 등 5천796장의 불법 사진을 찍은 남성에게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불법 사진 1장당 벌금이 고작 690원인 셈입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적발된 게 처음일 뿐 범행은 상습적이었고, 마지막 피해자 1명과만 합의했을 뿐 나머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부작침의 분석 결과 초범인 점이 양형에 참작된 272명의 경우 범행 횟수는 평균 15회에 달했습니다.

[이효린/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 몇백 장을 찍었다고 하면 몇백 명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인데, 당연히 상습 행위를 한 만큼의 가중 처벌이 이뤄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선고 형량도 판사 따라 제각각입니다.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된 사건 24건만 따로 분석해봤더니, 158회 5천 장 이상과 1회 1장 불법 촬영 피고인이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영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 판사들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와 관련해서 양형 기준이 없다 보니까 판사의 의지에 따라서 천차만별 선고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해 안에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취재 : 심영구·김학휘·안혜민, 영상취재 : 조춘동·김승태, 영상편집 : 김경연, 디자인 : 한동훈·옥지수·장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