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日 해상자위대 '태평양 연합훈련' 돌입…군사 대국 발돋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5.03 09:29 수정 2019.05.07 13: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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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들이 제법 긴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회하며 해상 연합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작년부터 은근슬쩍 시작한 '인도-태평양 전개 훈련'입니다. 침략당하지 않는 한, 먼저 타국을 공격하지 않고 오로지 방어만 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맞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헬기 항모를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싣고 다니는 소형 항모로 개조하겠다고 작년 말 발표했고, 해상자위대의 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일본판 해병대인 육상자위대 소속의 수륙기동단은 작년 미국으로 건너가 집중적으로 원정 상륙훈련을 하며 공격력을 높였습니다.

중국을 봉쇄해 패권 도전을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일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 중국 전선에 일본 자위대를 앞세우겠다는 건데 일본은 이 틈을 이용해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미 해군 외에는 엄두를 못 내는 해외 원정 해상 연합훈련에 나섰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인도 태평양 지역 전개훈련 계획이 올라와 있다.● 2019 인도-태평양 전개 훈련

일본 해상자위대는 4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헬기 항모 이즈모함과 호위함 무라사메함, 그리고 함재기 4대, 병력 590명을 동남아 해상으로 파견해 연합훈련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훈련 명칭은 인도-태평양 전개훈련(Indo-Pacific Deployment 2019)입니다. 일본과 함께 해상 연합훈련을 하는 국가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입니다.

해상자위대는 동남아 해상 연합훈련의 목적을 "전술적 능력을 향상하고 외국 군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훈련을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참가국들과 상호 이해 및 신뢰를 증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명분은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주변국으로 함정들을 보내 연거푸 연합훈련을 하는 나라는 아시아에 없습니다. 중국도 동남아 여러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연합훈련 상대를 찾기 어렵습니다. 미 해군 정도나 원정 연쇄 연합훈련을 합니다. 그런데 전수방위가 원칙이라는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두 달 반 동안 5개 나라를 돌며 연쇄 해상 연합훈련을 하고 있으니 눈을 닦고 지켜볼 일입니다.

불과 반년 전에도 비슷한 훈련이 실시됐습니다. 작년 8월 26일부터 10월 30일까지 헬기 항모 카가함과 이나주마함, 스즈츠키함 등 구축함을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필리핀으로 보내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일본은 빠른 속도로 근육을 키우면서 동시에 그 힘을 거리낌 없이 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연합훈련 파트너 국가 중 여럿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침략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지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욱일기를 게양한 해상자위대 함정과 연합훈련을 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역사적 감정이 아니라 현실적 안보 협력입니다.
인도-태평양 연합훈련에 나선 헬기 항모 '이즈모함'● 일본의 다음 행보는

미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쌍수 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미군 주요 지휘관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이 인도-태평양 정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고 이에 따라 최첨단 전력을 들이고 있다"며 일본을 치켜세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 중국 전선에서 기운도 덜 쓰고 무기도 팔아 먹을 수 있으니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반길 수밖에 없습니다.

해상자위대의 헬기 항모 개조는 빠르면 올 연말 시작해 최장 2년 안에 끝마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실장은 "이즈모함 1척에는 F-35B 20여 대를 실을 수 있다"며 "이즈모급 소형 항모 2척이면 중국 해군을 압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소형 항모 2척을 감안해서 F-35B를 최대 40여 대 도입할 계획입니다.

사실 자위대 재래식 전력의 양과 질을 따지면 자위대라는 표현이 어색합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일본 자위대가 아니라 일본 군의 행동입니다. 일본의 극우적 정치 풍토와 침략 전통의 렌즈로 보면 으스스한 장면입니다. 그나마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는 절름발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