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법정 선 한진 家 모녀…"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9.05.02 14: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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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일가의 모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은 오늘(2일) 오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순서로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들 모녀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지시해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명희 씨의 다음 순서로 법정에 선 조 전 부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일로 수사를 받은 대한항공 직원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특히 최후변론을 통해 "소위 '회항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을 어머니가 관리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불법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고 기소됐다"며 "피고인에게 책임 있는 부분으로 어머니까지 기소된 점에 깊이 죄송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친이 지난달 운명하신 개인적 슬픔이 있는 와중에 남편과 이혼소송까지 진행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며 "어머니의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인데, 어머니도 재판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을 '워킹맘'의 처지였다고 소개하며 "서른아홉의 늦은 나이에 쌍둥이 아들을 두고 업무를 병행하게 됐다"며 "주말에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보니 외국인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고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이 최후진술을 하자 앞서 공판을 마친 어머니 이 씨는 법정 방청석 구석에 앉아 딸의 재판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자신의 공판에서 이 씨는 가사도우미를 불법적으로 고용할 것을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지시하지 않았고 불법이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딸 조 씨가 재판을 마치고 피고인석에서 걸어 나오자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우리 애기"라고 말하며 걸어 나오는 딸을 가볍게 끌어안고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습니다.

조 전 부사장도 굳은 표정을 풀고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머니에게 기댔고, 이 씨는 조 전 부사장을 먼저 법정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이날 재판을 받기 위해 먼저 법원에 도착한 이 씨는 기자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재판을 마친 뒤 먼저 나간 조 전 부사장도 "검찰 구형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꾸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