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법정 선 한진 家 모녀…"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동세호 기자 hodong@sbs.co.kr

작성 2019.05.02 13:01 수정 2019.05.02 14: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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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일가의 모녀가 피고인 신분으로 선 법정에서 서로를 감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채천 판사는 9일 오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씨와 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순서로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들 모녀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지시해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이명희씨의 다음 순서로 법정에 선 조 전 부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일로 수사를 받은 대한항공 직원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특히 최후변론을 통해 어머니 이씨와의 관계를 부각했습니다.

변호인은 "소위 '회항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을 어머니가 관리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불법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고 기소됐다"며 "피고인에게 책임 있는 부분으로 어머니까지 기소된 점에 깊이 죄송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친이 지난달 운명하신 개인적 슬픔이 있는 와중에 남편과 이혼소송까지 진행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며 "어머니의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인데, 어머니도 재판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을 '워킹맘'의 처지였다고 소개하면서 "서른아홉의 늦은 나이에 쌍둥이 아들을 두고 업무를 병행하게 됐다. 주말에 일하지 않는 한국인 가사도우미가 아니라, 주말에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보니 외국인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고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에 앞서 공판을 마친 어머니 이씨는 법정 방청석 구석에 앉아 딸의 재판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그는 대한항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몇 마디 주고받은 것 외에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했습니다.

자신의 공판에서 이씨는 가사도우미를 불법적으로 고용할 것을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지시하지 않았고, 불법이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딸 조씨가 재판을 마치고 피고인석에서 걸어 나오자 딸에게 감정을 털어놨습니다.

이씨는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우리 애기…"라고 말하며 걸어 나오는 딸을 가볍게 끌어안고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습니다.

조 전 부사장도 굳은 표정을 풀고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머니에게 기댔습니다.

이씨는 조 전 부사장을 먼저 법정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취재진의 카메라가 기다리는 법정 바깥에서는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