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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꿈꾼다…구필 화가 임경식이 말하는 '독립'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에게 뭔가를 계속 부탁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부탁하는 그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데요, 부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습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필 화가, 임경식 씨는 물감을 짜고 붓 손잡이를 바꿔 달라고 아버지에게 부탁합니다.

하나하나 부탁하는 것보다 일부러 몰아서 일을 부탁하는데, 이런 그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20살에 오토바이 사고가 난 뒤 경식 씨는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인이 됐습니다.

옷 갈아입기부터 밥 먹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 챙기기 등 그의 삶에서 아버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밤에 주무시다가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 만큼 아버지 나이가 많이 들어 경식 씨를 돌보기에는 힘이 부쳤는데, 지금 경식 씨 옆을 지키는 건 작은 인공지능 스피커입니다.

지체 장애인을 위해 AI 기능을 탑재해 그의 말 한마디면 작업실 전등을 켜주고 이젤의 높낮이도 조절해줍니다.

따뜻한 봄날 경식 씨는 혼자 밖을 나서기도 합니다. AI 스피커를 이용해 교통약자 정보를 얻고 엘리베이터 위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경식 씨는 외출해서 눈에 담은 파란 하늘과 하얀 벚꽃을 화구로 한땀 한땀 그립니다.

이 작품은 아버지를 위한 선물입니다. 경식 씨는 올해 마흔둘, 아버지는 여든인데, 매 순간 그는 독립을 생각합니다.

먹고 자는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독립하며 지내는 일상을 꿈꿉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 아닐까요.

▶ 장성한 화가 아들 흰 머리 조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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