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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검찰 수사 고비 때마다 '파격 계약'…석 달 새 10여 건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과 집중 계약

<앵커>

정리하면 효성은 지난 6년 동안 총수 일가가 연관된 비리 사건에 변호사 비용으로만 회삿돈 400억 원을 썼다는 건데, 그럼 어떤 변호사들과 또 어떤 계약을 맺었길래 400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간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내부 자료를 보면 검찰 수사의 주요 고비마다 효성은 주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집중적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어서 유덕기 기자입니다.

<기자>

2013년 10월 11일. 효성의 분식회계와 탈세 등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회사와 총수 가족들의 집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부터 효성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잇따라 법률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 상대방은 특수 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장 출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A 변호사와는 2달 자문에 2억 원을 지급하는 초단기 계약을 맺습니다.

연말 조현준 회장 소환이 임박해 오자 자문료가 껑충 오릅니다.

역시 검사장 출신 B 변호사와는 17일 간격으로 2차례 법률 자문 계약을 맺는데 각각 17억 원과 10억 원, 합쳐서 27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액수도 천문학적이지만 지급 방법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두 계약의 기간이 각각 2년인데도 첫 계약 맺은 날 10억 원, 다음날 7억 원, 두 번째 계약을 맺은 날 10억 원을 송금한 것으로 내부 회계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민경한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 : 일반적으로는 '매월 자문료 얼마' 이렇게 지급하지 2년 계약해놓고 2년분을 선불로 지급하는 건 드물죠. 굳이 이런 형태의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은 형사사건 변론일 가능성이 많고 또 회사 비용으로 지출하기 위해서 이렇게 거액의 자문계약을 짧은 기간에 선불로 지급하면서 자문계약을 체결한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가네요.]

이 밖에도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들과 잇따라 수억 원씩 자문료를 지급하는 계약이 체결됩니다.

압수수색 이후 모두 1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되는데 석 달 사이에 이뤄진 일입니다.

[임지봉 소장/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가장 우선적으로 절박한 것이 뭐냐면…구속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구속은 면하고 싶은 경우가 많을 거란 말이죠. 그러한 경우 소위 검찰 출신의 전관들이 등장합니다.]

당시 수사에서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고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은 영장이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돼 결국, 부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2017년 조현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비슷한 법률 계약 패턴이 반복됩니다.

특수 수사 경력이 풍부하고 최고 요직에 올랐던 검찰 전관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우선 2017년 3월 효성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7억 원의 법률 자문 계약과 1억 원의 사건 위임 계약을 맺습니다.

법률자문 계약의 기간은 2년, 사건위임 계약의 기간은 수사 종결 시까지로 돼 있지만 두 계약 체결 한 달 뒤에 전체 계약 금액 8억 원이 송금됩니다.

9월에는 또 다른 검사장 출신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과 7억 원에, 11월에는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와 6억 원의 자문계약을 맺고 모두 9억 5천만 원을 송금합니다.

하반기에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검찰 출신 전관들이 이름을 올린 변호사나 법무법인 8곳 등과 무더기 자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효성의 계약을 보면 검사장 출신은 대부분 3억 원 이상의 자문료를 받았고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맞춤형 전관 변호사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효성은 피고발인에 회사도 포함되는 등 전방위 수사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효성 관계자 : 회사가 맺은 계약은 회사 방어를 위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중대 고비마다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진 게 총수 일가와 무관치 않고, 변호 활동도 수사 실무자나 지휘 라인에 전관의 영향력이 미치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조창현·강동철,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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