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①] 회삿돈 400억으로 꾸린 초호화 변호인단…효성 자료 입수

총수 연루 비리 사건 변호에 회삿돈 지출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04.22 20:25 수정 2019.04.22 21: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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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팀이 이번에 취재한 내용은 국내 한 재벌 기업과 그 기업이 고용한 검찰의 고위직 출신 변호사 즉, 전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취재한 기업은 바로, 50곳이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재계 순위 20위 권의 회사 효성입니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 회장이 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또, 큰아들 조현준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방금 말씀드린 것 말고도 총수 일가가 다른 소송에 얽혀있기도 한데, 저희 취재팀이 변호사 비용과 관련된 효성 내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그것을 분석해봤더니 변호사 비용을 총수 개인이 아니라 대부분 회사에서 내고 있었고 그 액수가 무려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돈으로 검찰 최고위직 출신의 변호인단을 꾸린 건데, 그럼 먼저 이 많은 변호사 비용을 왜 회삿돈으로 낸 것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효성 총수 가족이 연루된 기업 비리에 대해 검찰이 대규모 수사를 벌인 건 크게 두 번입니다.

먼저 2013년. 1천3백억 원대 탈세 등으로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부자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조석래/효성 명예회장 (2013년 12월) :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오겠습니다.]

이 수사 때부터 효성이 변호사들과 체결한 계약서와 내부 회계 자료를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2013년 시작된 수사 단계에서만 회사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이 121억 원이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68억 7천만 원, 다른 법무법인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에 52억 4천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수사가 마무리되자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을 고발하면서 효성가 형제의 난이 터졌습니다.

이때가 2014년이지만 검찰 수사는 2017년에 본격화됐습니다.

[조현준/효성 회장 (2018년 1월) : 집안 문제로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조현준 회장이 2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지난해 초 기소될 때까지 수사 단계 변호사 비용으로 186억 원이 회삿돈에서 나갔습니다.

이때도 김앤장에 가장 많은 123억 9천만 원, 다른 법무법인과 검찰 전관 변호사에 63억 원이 입금됐습니다.

두 사건 수사에 효성 본사가 회삿돈으로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300억 원이 넘습니다.

두 차례 모두 김앤장 외에도 '검찰의 별'이라 불리는 검사장 출신들로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효성 본사 말고도 효성 TNS 등 효성의 6개 계열사가 총수 비리와 관련된 사건에 약 100억 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사와 계열사를 합쳐 4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이 총수 일가와 관련된 기업 비리를 변호하는데 지출된 겁니다.

[김남근/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대부분의 변호사 비용이 일반적인 변호사 비용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인 걸 보면 결국 다른 영향력 같은 것을 기대하면서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효성은 정확한 내역을 파악 중에 있다면서 SBS가 취재한 액수의 절반가량, 즉 2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변호사비 지출에 대해 총수 일가뿐 아니라 당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썼다며 회삿돈을 쓴 게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효성 관계자 : 회사가 부담할 부분은 회사가, 개인이 부담할 부분은 개인이 엄격하게 나눠서 법무비용을 부담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릅니다.

탈세, 횡령과 같은 총수 개인 비리 변호를 위해 회사가 변호사 비용을 냈다면 이는 또 다른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지미/민변 사법위원장 : 회사의 돈, 주주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문제 되어 있는 어떤 법률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 썼다고 하면, 그게 회사를 위한 것이든 뭐를 위한 것이든 간에 결국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요.]

총수 개인이 낸 돈도 있습니다.

효성 내부 자료를 보면 검찰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의 개인 명의로 177억 원의 변호사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주로 재판 과정의 변호사 비용입니다.

하지만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하거나 계좌번호 등 증빙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실제 총수 개인이 지급했는지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경찰청과 국세청은 효성과 6개 계열사의 변호사 비용 지출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수사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조창현,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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