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 서귀포의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는 2019시즌 KLPGA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렸습니다. '특급 신인' 조아연 선수가 합계 9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뒤 다른 선수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타자로 이름난 김민선 선수가 파5 18번 홀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절묘하게 핀 1m에 붙였습니다. 버디 퍼트를 넣으면 조아연 선수와 동타가 돼 연장전을 통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민선의 버디 퍼트는 홀 왼쪽을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그린 주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조아연은 2008년 유소연 선수 이후 11년 만에 신인으로 개막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반면 맥이 풀린 김민선은 1m 정도의 파 퍼트마저 넣지 못해 2위도 하지 못한 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지난 21일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최예림 선수가 합계 10언더파로 신인 이승연 선수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였습니다. 그런데 18번 홀에서 최예림은 1.2m 파 퍼트에 실패한 반면 이승연은 이보다 한 뼘쯤 짧은 1m 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생애 첫 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습니다. 최예림이 파 퍼트를 한 자리가 이승연과 거의 비슷한 데다 경사가 별로 없는 곳이어서 더욱 뼈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 성공률입니다. 짧은 퍼트라도 해도 내리막이나 좌우로 휘는 라인이면 성공률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더군다나 우승 여부가 결정되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짧은 퍼트를 앞두고 있으면 엄청난 압박감과 긴장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했을 경우 우승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상금에서도 큰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새가슴'이란 오명까지 따라붙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1m 퍼트라고 해도 성공률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에서는 300m 드라이버샷이나 1cm 퍼트나 똑같이 1타입니다. 현재의 골프 규정이 짧은 거리에서는 이른바 '오케이'를 주거나 짧은 퍼트는 '0.5'타 또는 그 이하로 간주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퍼팅=돈'이라는 진리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