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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② '토종 컨설팅 강자'는 왜 승리와 엮였나

'승리 게이트'는 자본과의 유착에서 출발했다

이른바 '승리 게이트'에서 공권력 유착 및 성범죄 의혹만큼이나 중요한 한 축은 바로 '자본과의 유착'입니다. 이번 사건과 연관된 많은 의혹과 비리 상당수가 돈에서 출발해 돈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승리 게이트 속 '자본과의 유착' 부분을 두 편의 취재파일에 걸쳐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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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승리가 벌여온 각종 사업이 논란이 되면서 느닷없이 불려나온 '제3자'가 있다. 바로 컨설팅업계의 '토종 강자'로 알려진 네모파트너즈의 CEO, 류재욱 총괄대표다.

류 대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출신의 '토종 컨설턴트'로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000년, 하버드 MBA 출신으로는 드물게 국내에서 컨설팅업체 네모파트너즈를 창업해 '성공 사례'로 안착시켰다. 네모파트너즈는 2012년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전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는 등, 국내에선 세계 유수의 컨설팅업체와 어깨를 견주는 '토종 M&A 컨설팅 강자'로 평가받는다.
승리 회사
기업 M&A, 컨설팅, 투자업계 전문가, 이런 수식어가 익숙한 류 대표가 뜬금없이 '승리 게이트'에 소환된 건 승리와 그의 동업자, 유인석 씨와의 인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승리 등이 홍콩에 세운 투자법인 BC홀딩스의 공동설립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보다 몇 년 전에는 유인석 씨가 네모파트너즈의 베트남 지사장으로 일했다. 류 대표는 지난달 승리 단톡방 사건이 터진 뒤에는 이미지 악화로 위기에 빠진 아오리 F&B의 대표로 취임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전 글에서 다뤘던 BC홀딩스 등 승리의 사업 내용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류 대표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홍콩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일련의 사업 행태가 과연 경력이 일천한 승리와 유인석 씨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자연히 이름이 노출된,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꽤나 알려진 류 대표에게 이목이 쏠렸다.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중순부터는 국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류 대표에 대한 보도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류 대표가 사실상 승리 일당의 '배후'이자 동업자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그 출발점이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승리 회사는 고객사이며, 자신의 회사는 본업인 경영자문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그가 몸담고 있는 투자 및 컨설팅업계 쪽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특히 그가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BC홀딩스를 둘러싸고, "일반적인 형태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BC홀딩스 2
●  투자전문가들이 말하는 'BC홀딩스'의 문제점

(1) '4만 5천원' 설립금으로 100억 원 유치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선 BC홀딩스의 초기 설립자본금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데 주목한다. BC홀딩스는 300 홍콩달러, 우리 돈 약 4만 5천 원 정도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아무리 BC홀딩스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이고 이 돈이 법인 설립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쳐도 투자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게 투자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회사는 일반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금액의 1~2% 정도는 갖추는 게 통상적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의 이해와 운용사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최소한의 신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즉 최초 목표한 투자 유치금액이 300억이라면 최소 3억에서 6억 원 정도는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이후 수정된 목표대로 100억 원을 유치했다고 해도 1~2억은 갖췄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한 국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 발행된 사모펀드 운용에 관한 금융감독원 핸드북 147페이지를 보면 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자에 대한 '정책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진입규제를 설정'한다고 나와 있다. ① 1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② 적격 임원, ③ 1인 이상의 운용인력, ④ 적절한 내부통제기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금융감독원 규정
물론 위 내용은 국내 규정이고, BC홀딩스는 홍콩에 설립됐다. 그러나 이는 바꿔 해석하면 BC홀딩스가 최소한의 진입규제가 있는 국내를 벗어나 이런 규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에 설립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BC홀딩스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의 주요 사업 무대가 국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넘겨 볼 대목은 아니다.

결국 BC홀딩스는 최소한의 요건이나 관례도 충족하지 않은 채 오로지 신용만으로 100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유치한 셈인데, 이는 결코 평범한 사례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승리가 유명한 연예인이고 투자자들과 친분이 있다 해도 돈이 지배하는 투자업계에서 상식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투자 전문가는 "승리나 유인석의 개인 능력만으로 이뤄졌다 보기 힘들고 다른 어떤 약속이나 목표가 있지 않았을까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2) 공동설립자가 고객-어드바이저 관계?

공동설립자인 승리와 유인석, 류재욱 대표 이 세 명의 관계가 단순히 고객과 컨설팅사라는 류 대표의 해명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류 대표는 승리-유인석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갑을 관계, 혹은 고객과 조언자(어드바이저)의 관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BC홀딩스같은 형태를 띈 법인의 공동설립자를 고객 관계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SBS가 확인한 홍콩 법인 등기 서류에 따르면 BC홀딩스의 법인 형태(Type of company)는 Private company limited, 즉 비공개 유한회사다.
법인 등기 캡처
이 같은 법인의 공동설립자는 주주와 경영자, 고객과 조언자로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이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경률 회계사는 이에 대해 "일종의 경제공동체로서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해를 같이하는 '동업자'로 봐야한다는 이야기다.

설사 법인 설립 당시 경영상의 필요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제 3자가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보통 우리 기업이 홍콩에 진출할 때,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HKDC(홍콩무역발전국)라는 홍콩 준공공기관이 이를 도와주는데 이 경우에도 대행만 하지 결코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끝까지 판다] 승리 등 대주주들, 탈세 조사 직후 일제히 지분 넘겼다
네모파트너즈 홈페이지 캡처
● 류 대표 "배후 의혹 황당…책임 다하기 위해 노력"

이에 대해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대표는 "황당하다"며 세간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언론을 통해 거듭 밝혀왔듯 자신은 계약에 따라 투자 자문 및 업무 대행 컨설팅을 제공했을 뿐이며 승리-유인석 두 사람과의 개인적 관계도 없다고 답했다. SBS는 전화와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류 대표에게 질의했고 답변을 받았다.

류 대표는 우선 동업자 의혹에 대해 "컨설팅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업무 집행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홍콩 현지 법인 설립 과정에서 회사의 당사자가 실제로 참석하고 진행해야 하는 업무 등이 있어 임시로 이사 겸 주주 자격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또 혼자 이러한 역할을 맡기기에는 다른 주주들을 알지 못하고, 그렇다고 유인석 대표나 승리는 행정 업무 및 절차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3인이 각자 등기이사로 등록한 채 일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법인이 자리를 잡은 2016년 11일에는 모두 사임하고 실제 투자자인 베트남, 일본 주주가 등기이사로 등재됐다는 설명이다.

컨설팅회사가 지분을 취득하고, 고객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류 대표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류 대표는 BC홀딩스의 경우 홍콩에서 설립됐고, 주요 투자자인 베트남과 일본 투자자에게 영어 및 일어로 업무 내용을 상세히 안내해야 했기 때문에 "신속한 업무 진행을 위해" 공동발기인으로 잠시 활동하고 사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리의 동업자, 유인석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9년 전 서울 강남의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커피숍에서 저녁 늦게 네모파트너즈 관계자 소개로 처음 만났고, (유 씨가) 베트남 지사를 운영하고 싶다고 해서 미팅을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준은 '사업에 대한 열정과 현지 네트워크'였고, 유 씨가 "미흡했지만 당시 파트너쉽으로 일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자체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승리와 유 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이번 사태로 직격타를 맞은 아오리F&B 대표를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서도 "고충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컨설턴트가 오너리스크가 있는 고객사를 도와주고 정상화하는 건 업계에서 종종 있는 일인데 마치 '엮인 게 많아 빠져나가지 못 하고 계속 나선다'고 색안경을 쓰고 본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아오리라멘 직원이 총 10명인데 승리가 빠지니 의사결정을 할 직원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지금 (아오리라멘에) 89년생 여자 과장 하나 뿐인데 배상금 지급 등 의사 결정할 사람이 없어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오리라멘 관련 조치를 곧 마치고 대표직에서 사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승리 회사 주주
 핵심 관계자, 일 터지자 줄줄이 사임

류 대표의 해명을 종합하면 "홍콩 회사 설립 과정에서 승리, 유인석 두 사람의 역량이 부족해 도와준 건 맞지만,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컨설팅 업무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BC홀딩스의 구성과 운영 또한 모두 정상적인 계획과 절차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승리가 참여한 정준영 단톡방 보도 이후의 전개를 보면 위 해명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각종 의혹을 줄곧 부인하던 승리가 이날 보도를 계기로 은퇴를 선언하고 사건이 커지자 사흘 뒤인 14일, 주요 주주인 베트남 '재벌 2세' 도호앙민이 임원직을 사임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최초 설립자이던 승리, 유인석, 류재욱 세 사람이 가진 지분을 일본 측에 넘겼다. 사태가 확산하자 부랴부랴 발을 빼고 정리하는 모양새인데, '모든 게 당초 합의대로 이뤄진 것이며 절차대로 이뤄졌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류 대표는 위 사안에 대해서는 "고객사의 일이라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기타 이번 사태의 핵심 의혹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도 "국세청 및 경찰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유리홀딩스나 BC홀딩스 측에서 직접 답변할 것"이라고 답을 피했다. 그러나 위 두 회사는 얼마 전부터 연락은커녕 웹사이트도 폐쇄된 상태다. 류 대표는 다만 기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내내 의혹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예기치 않은 사태로 계약 관계에 있는 컨설팅사, 또 가맹점주 등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 염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약대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도 이런 일련의 조력이 승리 등의 행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승리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당장 그 알선 대상이 주로 그의 소중한 해외 투자자들이다. 횡령 및 기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조력자들에게 법적 책임은 없을지언정 도의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어 보인다.
BC홀딩스
● '자본과 조력자들', 도의적 책임 피할 수 없어

비단 류 대표와 컨설팅사의 이야기는 아니다. 류 대표의 경우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이미 언론에 이름이 노출돼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손을 뗀 대형 기획사 뿐 아니라 투자자, 다른 조력자들 또한 일정 부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그 방증이다. 알려진 사실만을 가지고도 여론은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금 흐름과 탈세 의혹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경찰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간단한 일은 아니다. 불법을 증명하려면 분명한 증거와 의도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진 않는다. 자본과 전문 지식, 어떤 다른 배경을 바탕으로 '돈의 욕망'에만 충실하는 행위가 어떤 대가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지 대중은 충분히 봐왔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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