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온실가스 주범으로 지목된 '인류 최고의 재료'

美 연구, "플라스틱은 온난화의 또 다른 주범"

[취재파일] 온실가스 주범으로 지목된 '인류 최고의 재료'
인류가 만든 최고의 재료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은 곳이 없다.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플라스틱이 쓰이고 있다. 이제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대가 됐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조지아대학교 등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50년 2백만 톤에 불과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에는 3억8천만 톤으로 급증했다. 66년 동안 연평균 8.4%씩이나 급성장한 것이다(Geyer et al., 2017).

매년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2015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한 플라스틱의 양은 83억 톤이나 된다. 많이 쓰다 보면 탈이 나는 법, 생산한 83억 톤 가운데 63억 톤이 쓰레기가 됐다. 이 가운데 9% 정도는 재활용됐지만 12%는 소각되고, 나머지 79%는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 있거나 산과 들, 강과 바다에 버려졌다. 최근 들어 재활용이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2015년 현재 18% 정도가 재활용되고 있고 58%는 여전히 버려지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곧바로 자연 분해되지 않고 길게는 수백 년에서 1천 년까지도 작은 조각으로 남아 지구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물고기나 조개 등에 축적되는 해양 생물의 오염이다. 당연히 먹이사슬의 상층에 있는 인간도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학계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소비할 경우 2050년까지 120억 톤의 플라스틱이 매립지에 쌓이거나 자연에 버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촌이 말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 범벅이 될 판이다.

급증하는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해양 생물만 위협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도 커다란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식물에서 원료를 뽑아내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원료를 뽑아내 만든다. 석유에서 원료를 뽑아내고 플라스틱으로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문건을 운반하고 또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오기 마련이다.

최근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플라스틱 제조와 운반, 처리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7억 톤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Zheng and Suh, 2019).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50년에는 65억 톤의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처리 과정에서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4% 정도가 플라스틱으로 인해 배출된다는 뜻이다.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이 온실가스 배출의 또 다른 주범으로 다고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인구를 생각하면 국가 전체가 소비하는 양은 중국 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인당 1년에 98.9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 인도보다는 10배, 아프리카 나라들보다는 20배나 많은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각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자료: IEA)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은 앞으로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화석연료에서 원료를 뽑아내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다른 물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인류의 고민이다.

우선은 불필요한 사용과 수요를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을 크게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을 늘리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 플라스틱 생산과 운반, 처리에 들어가는 에너지 또한 신재생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를 살릴 수 있고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도 완화할 수 있다. 그 길이 우리나라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도 벗을 수 있고 지구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참고문헌]

* Geyer, R., Jambeck, J. R. & Law, K. 2017: Plastics. Production, use, and fate of all plastics ever made. Science Advances, 2017;3:e1700782

* Jiajia Zheng, Sangwon Suh, 2019: Strategies to reduce the global carbon footprint of plastics,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s41558-019-0459-z

(사진=픽사베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